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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天動向-11월22일] 김정은의 시진핑 따라하기
초록이 동색이듯 홍색과 적색은 결국 같은 색깔이다.
시장경제를 향해 시간이 갈수록 빠르게 진전하는 중국과 여전히 폐쇄 경제에서 벗어나기를 거부하는 북한이지만 1인 독재 국가를 향해서는 똑같은 행보다.
시진핑 당 총서기의 특사 쑹타오(宋濤) 당중앙 연락부장의 북한 방문 과에 대해 대내외의 촉각이 곤두서던 즈음 우리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에서 북한의 권력 지형도와 관련한 주목할 만한 변화에 대한 정보를 공개했다.
쑹타오가 김정은을 만나지 못하고 빈손 귀국한 것으로 추정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쑹의 베이징 귀환 바로 직후인 20일(현지시간) 년 만에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한 것과 맞물려 평양 수뇌부의 이상 기류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국정원 국회 정보위 보고는 북한 권력 서열 2위로 간주돼온 황병서 노동당 상무위원 겸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당조직지보부 검열을 거쳐 총정치국 제1국장 김원홍과 함께 처벌 받았으며 대신 황의 권력 서열 2위 자리는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정치국 상무위원이며 당 조직지도부 부장인 최룡해가 차지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의 보고 내용은 정보와 첩보가 혼재된 것이다.
권력 서열이 황병서에게서 최룡해로 넘어간 것은 중앙방송 보도를 통해 확인된 정보다.
중앙방송은 요즈음 북한 최고지도층 명단을 호명할 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이어 명목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김영남 최고회의 상임위원장(국회의장에 해당)을 호명한 뒤 최룡해와 황병서 순으로 언급하고 있다.
국정원 보고를 청취한 국회의원들은 우리 정보 당국이 황병서와 김원홍의 처벌 내용과 수위에 관해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히면서도 이에 대해서는 언론에 공개하지는 않았다.
중앙방송의 보도를 통해 황병서가 최룡해에게 밀린 것은 확인된 정보이나 그가 숙청을 당했는지 여부는 불투명하며 현재 입수한 내용은 아직은 첩보 단계라는 것이다.
황병서는 최근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나 과거 행사 때의 자료 사진과 동영상은 여전히 나오고 있다.
황병서가 김정은 고모부 장성택처럼 고사포 총격 처형의 주인공이 될지 최룡해처럼 혁명화 조치와 같은 2보 후퇴 뒤 화려한 컴백을 할지는 지금 상황에서 어느 쪽으로든 속단할 수 없다.
지난해 말 북한 노동당 제7차 당 대회 때와 이후 상당 기간 호명 순은 김정은, 김영남, 황병서와 최룡해 순이었다.
그러나 7차 전당대회 직후 황병서의 측근이며 인민군 보위사령관 국가보위상을 맡던 김원홍이 허위 보고 등 이유로 두 직책에서 해임되면서 이상 조짐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김원홍은 올해 총정치국 제1국장으로 다시 임명되었으나 이는 분명 좌천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7월 북한노동당 중앙위 7기 제2차 전원회의 때부터 최고지도부 호명의 순서가 바뀌었다.
김정은과 김영남은 그대로였으나 최룡해가 세 번째였고 그다음이 황병서이다.
대북 관측통은 총정치국장의 직책을 유지하는 황병서를 권력 서열 면에서 뛰어 넘은
것으로 보아 최룡해가 조직 지도부 부장에 임명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조직 지도부 부장 직책은 김정일이 죽을 때까지 국방위원장과 당 총비서와 함께 틀어쥐고 있던 직책이어서 반신반의 했다
공산당에서 양대 핵심 기능을 꼽으라면 선전과 조직이다. 공산 국가에서는 무장 역량인 군의 중요성 때문에 선전 부서와 조직부서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저하되기는 하였으나 방대한 당과 정부의 인사를 담당하는 당 조직부는 강력한 파워를 갖고 있었다.
중국에서 장쩌민 집권 시절 그의 책사인 쩡칭훙이 자신을 "섭정"이라고 실언한 바 있는데 그가 조직부장을 맡던 때였다.
김정일은 김일성이 사망하기 전 당 조직지도부를 통해 부친인 김일성마저 어려워 할 정도의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다. 김일성이 사망한 뒤에는 선군 정치를 내세우며 군부에 힘을 실어주었으나 그가 죽을 때까지 조직지도부 부장 직책을 겸임했을 정도로 파워 부서로 활용했다.
국정원은 최룡해가 인민군 총정치국을 20년 만에 조직 지도 검열을 거쳐 황병서와 김원홍을 처벌했다고 밝혀 최룡해가 조직 지도부 부장에 임명된 사실을 확인했다.
최룡해와 황병서는 2011년 12월 김정일이 급사 한 이후 김정은 북한 3대 세습 정권이 들어서면서 김정은의 오른팔과 왼팔로 뛰어오른 인물이다.
줄곧 황병서가 최룡해에 앞서 나갔으며 황병서가 군 총정치국장을 맡으면서 실질적 권력 서열 2위에 올라 둘과의 권력 경쟁은 황병서의 승리로 정리되는 듯하였다.
그런데 최룡해가 권력 서열 2위를 차지한데다 황병서가 최룡해가 주도한 조직지도 검열을 통해 '처벌'되면서 황병서는 회복하기 힘든 정치적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황병서는 김정일이 살아 있을 때 조직지도부 부부장으로 일했다.
황병서는 김정은 정권 들어선 이후 김정일이 권력 승계 이후 선군 정치를 펼치면서 강력해진 군부의 숙청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의 주도 아래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등이 쫓겨나고 처형되는 등 인민군 최고 지휘관들을 숙청했다. 그가 주도한 군부 숙청으로 김정일의 선군 정치 시절 당을 압도했던 군부는 위축됐다.
당 조직 지도부에서 잔뼈를 키워 부부장에 올랐던 황병서는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임명되어 군 서열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당 조직지도부가 군부를 접수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런 황병서가 자신의 친정격인 조직 지도부의 검열에 처벌을 받은 것이다. 최룡해는 조직지도부장을 맡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조사 활동을 수행한 인물은 조직 지도부 제1부부장이며 당 검열위원회 위원장도 겸임하고 있는 조연준으로 우리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황병서가 군 총정치국장에 임명되면서 자신의 상관이었던 조직 1부부장 조연준을 권력 서열 면에서 크게 추월했으나 결국 조직 지도부 실세 조연준에 의해 처벌 받았다는 사실은 김정은 체제 하에서 당 우위 원칙이 확고하게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하겠다.
북한 중앙 방송 호명 순을 근거로 최룡해와 황병서가 권력 서열 2, 3위를 자리바꿈한 것으로 분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실질적인 최고 스트롱 맨은 조연준이라는 주장도 있다.
망명한 태영호 전 북한 영국 공사는 장성택의 숙청과 처형은 조연준이 주도했다고 밝힌 바 있다.
황병서의 처벌 이유에 대해서는 "당에 대한 불순한 행동"이라고 전해지고 있는데 이는 군부가거의 독차지 해온 해외 외화벌이 이권을 내놓지 않으려는 데서 벌어진 갈등으로 북한 관측통들은 판단하고 있다.
황병서는 물론 그의 측근 김원홍이 김의 부하 전 보위성 부상들이 처형된 가운데서도 처벌에 그친 것은 최룡해와 황병서 간 충성심 경쟁을 통해 김정은이 절대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것이라는 분석과 중국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최룡해를 단지 전면에 내세운 것일 뿐이며 실질적인 2인자는 여전히 황병서일 수도 또 조연준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될 수 있다.
여기서 문득 스치는 생각은 마오쩌둥의 유명한 경구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그러나 당이 총구를 지배해야하지 총구가 당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진핑이 지난달 열린 19대를 통해 덩샤오핑을 뛰어 넘어 마오에 비견되는 1인 절대 권력자의 위치에 오른 것은 지난 집권 1기 동안 마오의 경구를 충실히 이행했기 때문이었다.
시진핑 세력은 반부패 캠페인을 통해 장쩌민 집권 말기부터 후진타오 집권 기간 동안 중국 군부의 최고 실세였던 쉬차이허우와 궈보슝 당 중앙 군사위 부주석을 숙청했다.
그리고 나서는 군부의 조직 개편을 통해 군 현역 최고지휘관이 당을 압도할 수 있는 소지를 아예 없애 버렸다.
이런 면에서 보면 최룡해와 황병서의 권력 서열 자리바꿈은 김정은의 시진핑 따라하기다. <盲瞰圖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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