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 18/01/17 23:17



[금융위기 10년 어제와 오늘]중국의 부상…명과 암

2003~2007년 세계 경제는 연속으로 성장률이 4%를 웃돌았다. 특히 2006년과 2007년 경우 5% 후반대로 호황을 나타냈다.

이를 '황금의 5년간'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선진국 경제가 3% 안팎의 성장을 이어간 반면 신흥국 경제는 종전 4% 전후에서 2003년 6%대, 2004년과 2005년 7%대, 2006년과 2007년은 8%대를 찍었다.

◇신흥국, 리먼 수렁에서 세계경제 구출

하지만 2008년 리먼 브러더스 붕괴에 따른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세계 경제에는 급제동이 걸려 2009년 제로성장으로 떨어졌다.선진국 경제가 -3.4% 성장에 빠졌고 신흥국 경제도 3.1%까지 밀렸다.

이후 각 국이 대규모 재정정책을 펼치면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는 7.5% 성장으로 급회복했다.

선진국 경제도 3.1% 성장으로 돌아왔으나 이후 유럽 채무위기가 발생,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함에 따라 2% 밑으로 떨어진 성장이 계속됐다.

리먼 쇼크 후 세계 경제의 회복을 사실상 주도한 것은 중국을 비롯한 BRICS 등 신흥국 경제인 셈이다.

다만 2014년 이후 중국 경제가 감속 징후를 보이기 시작하자 세계경제도 둔화하고 신흥국 경제도 비슷한 추세를 나타냈다.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9~10%대 성장을 유지한 중국 경제가 2012년부터 감속세에 들어가 2014년과 2015년에는 성장률이 7.3%, 6.9%로 떨어지고 2016년에는 6.7%까지 주저앉았다. 2017년은 6.8% 정도로 전망된다.

그간 '세계 성장 센터'로서 세계 경제를 이끌어온 신흥국 경제는 2015년 이후 중국 경제의 감속, 중국 증시 급락, 위안화 평가절하, 미국 금리인상 등 다양한 성장 저해 변수에 부딪친 셈이다.

이들 요인으로 인해 말레이시아 링깃와 인도네시아 루피아가 1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에 자국 환율 하락의 대응책으로 외환 개입에 나서거나 평가절하에 나서는 국가들이 속출했다.

터키 주가는 그간 수십% 내렸고 브라질 10년물 국채이율은 10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신흥국은 잠재 성장력이 커서 정체론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브라질과 인도 등 신흥국에선 구조적인 문제가 생기고 있다. 성장단계로 옮겨가려면 외수에 의존하지 않도록 국내 저축의 충실과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지만 현상은 그렇지 않다.

성장은 둔화 경향을 보이고 디플레 리스크조차 발생하고 있다. 그 때문에 신흥국 금리도 오르지 않고 있다.

장기침체 하에서 선진 각국의 경기를 떠받친 것은 경제정책과 외수이다. 지금까지 금융완화와 재정확장으로 경기를 붙들었다.

외수의 중심은 중국이다. 중국 경기는 신흥국과 자원국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이 2015년 12월~2016년 12월까지 1년 동안 금리를 인상하지 않은 것도 위안화 절하로 비롯한 중국 경제의 혼란 탓이다.

◇중국 경제 상승률 둔화 '빨간불'

신흥국 경제 전반에서 그 절대적인 위상을 차지하는 중국에 국한해 보면 금융 위기 이래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는 대폭 저하한 후 거의 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무역상대국의 경기 감속뿐만 아니라 위안화의 실질적인 절상, 총요소 생산성(TFP 노동 생산성, 근로자의 업무능력, 자본투자금액, 기술 진전 등을 복합적으로 반영한 생산 효율성 수치) 상승률의 둔화가 그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투자 중심의 내수확대책을 취하고 자본축적을 촉진했다. 발전도상국이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는 과정에선 자본축적이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국에 앞서 선진국을 쫓아온 한국, 대만, 말레이시아, 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와 중국의 자본축적을 비교하면 중국이 훨씬 급속히 자본축적을 서둘렀다. 중국의 높은 저축률에 힘입은 바 크다.

자본장비율(노동자 1인당 어느 정도의 자본설비를 사용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역시 상승하고 있는데, 총요소 생산성이 감속함에 따라 자본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중국에 대한 대내 직접투자가 감소 국면에 들어서게 한 요인이 되었다. 지금 추세로 대내 직접투자 감소세가 이어지면 대외 직접투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 해도 직접투자 수지가 유입초과로 되지 않을 공산이 농후하다.

아울러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는 외적 요인 등에 의해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수준에 있다.

경상수지와 직접투자 수지는 비교적인 안정적인 외화보유액의 증감 요인이 된다.

따라서 양자가 자금유출 초과로 되면 본격적인 긴축 거시경제 정책을 실시하거나 변동환율제로 이행할 수밖에 없어 중국 경제사회가 혼란에 직면할 리스크가 높아진다.

◇중국 금융위기 확률, 다른 고위기국 보다 2~3배

이와 관련해 독일 도이체 방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에서 금융위기가 폭발할 확률이 다른 고위기 국가보다도 2~3배나 높은 13%라고 밝혔다. 최대 원인은 중국 부채의 급격한 증대라고 했다.

보고서는 2008년 이래 중국 비금융권, 가계, 기업 부채의 GDP 대비 비율이 100%나 올라가 금융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2016년 말 부채 총액은 이미 GDP 대비 255%에 이르렀다. 이 같은 방대한 부채를 안은 상황하에서 중국은 반드시 충분한 경상계정 흑자를 내야만 금융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 그렇지만 2016년 경상계정은 2% 적자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2015년 이후 중국의 이자 지출이 성장률을 넘어 부채 이자 지출이 연간 예산지출을 잠식하는 상태라고 경종을 울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부채 증대가 '위험한 궤도'를 달리고 있다며 과단한 조치를 취하라고 강력히 촉구했고 국제결제은행(BIS)도 중국 부채 증가속도를 방치하면 4년 이내에 중국발 금융위기가 폭발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12월18~20일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가 투자 중심의 경제성장 촉진책을 수정하고 채무를 억제하기로 결정, 국제수지 리스크를 저하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이를 의식한 탓이다.

다만 이런 중국의 대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속단할 수 없기에 귀추가 주목된다.

◇부쩍 높아진 중국의 세계경제 기여도

그럼에도 리먼 충격 후 10년에 대해 중국은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머물지 않고 경쟁력을 대폭 제고하는 시기였다는 자체 평가를 내리고 있다.

관변 경제학자와 관영 매체는 중국 경제가 2007년 14.2%에 달했던 GDP 성장율이 2009년 6.4%로 떨어지면서 '암흑의 시간'을 보냈지만 정부의 다양한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보면서 조기에 회복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들에 따르면 금융위기로 중국 동남 연안의 대외무역 공장이 대량으로 문을 닫고 실업자가 대거 발생하자 정부는 부득이 4조 위안(약 656조원) 규모의 경기자극책을 마련했다.

여기에 더해 위기 파급 확산을 막기 위해 갖가지 긴축 또한 완화 정책을 속속 펼쳤다.

이런 조치가 주효함에 따라 리먼 사태는 중국에는 위기 속에 기회를 잡아 선발주자를 따라잡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외형적인 수치로 보면 중국의 세계 경제에 대한 기여도는 금융위기 전 2006년의 20% 미만에서 지금은 30%에 육박하게 됐다.

중국 수출은 비록 금융위기 영향을 받았으나 여타 국가와 비교하면 경쟁력 개선으로 이어져 세계 수출에서 점유율이 2006년 8.1%에서 2015년에는 14.1%로 올라갔다.

반면 미국 수출 점유율은 9%, 독일이 8%, 일본 경우 4% 이하로 각각 하락했다.

또한 상대적인 고속성장으로 중국 소비시장이 급속 확대해 2006년 1조 달러 전후로 미국 4분의 1 수준이던 소매판매액은 2016년에는 5조 달러로 팽창해 미국에 근접했다.

경제적인 실력과 경쟁력이 상승하면서 중국의 세계 금융시장에 대한 발언권도 올라갔다.

위안화 개혁의 세계 금융시장 파급력이 커짐에 따라 미국 금리정책에까지 이를 반영하는 상황이 됐다.

새로운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 '일대일로(一帶一路)' 제창과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 설립, 주요 20개국(G20)과 BRICS 정상회의 개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주의에 맞선 중국의 글로벌화 전략 견지 등이 세계 무대에서 중국의 리더십 발휘를 갈수록 증대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지에선 중국이 금융위기의 충격을 완화하고 일찌감치 정상궤도에 다시 진입한 주된 이유는 지난 30년 동안 일어난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거울로 삼아 실정에 맞는 독자적인 대책을 철저히 세웠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 중국 인민은행이 통화정책에서 대다수 국가와 단일목표를 설정한 것과는 달리 유연성을 가진 6가지 목표를 세워시의적절하게 시행한 것이 주효했다고 한다.

인민은행은 자본시장의 제한적인 개방, 관리변동 환율제, 독창적인 단기 유동성 창구(SLF), 중기 유동성 창구(MLF), 담보 보완 대출(PLS) 등 유동성 수단을 동원해 리스크를 예방하는데 성공했다.

다만 중국의 독특한 대책이 위기를 피할 수 있게 했지만 기업채무, 부동산 가격, 신용대출 등에서 그 지표가 경계선에 도달하는 상황을 조성했다는 진단도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중국에서는 여러 차례 발생한 경제위기와 각국의 경험으로 보아 단기 대책이 효과를 본다해도 일시적으로 위기를 늦출 뿐이라며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공급 측면 개혁 특히 국유기업 개혁, 토지 개혁, 세제 개혁을 심화하는 것이 장기적인 위기 해소 방안이라고 판단, 여기에 중점을 둔 정책을 밀고나갈 방침을 천명했다.

2018/01/02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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