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記實]<6·12後>북한 쿠바화‧베트남화 이행 첫수 모나리자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천지창조의 미켈란제로 다음으로 인류에게 가장 친숙한 화가를 들라면 파블로 피카소이다. 그러나 중고교 시절 모두가 한 번쯤 보았을 피카소의 인물 초상화를 보았을 때 하나같이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다. 여인의 초상화인데 코 옆에 눈이 붙어 있는 아니 입 옆이었던가? 어쨌든 한 마디로 뒤죽박죽이다. 만화의 마녀 형상 아니면 심한 화상 환자의 얼굴 모습이었다. 우리가 실제로 보는 3차원 공간의 얼굴 모습을 2차원의 그림 공간에 "입체적"으로 담은 것이라는 미술 선생님의 설명을 들은 뒤에도 황당한 첫 인상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일본 만화영화 요괴인간을 재미있게 보면서도 매회 시그널에서 어김없이 나오는 "인간이 되고 싶다"라는 절규를 합창하는 착한 요괴' 베라의 얼굴을 보며 느꼈던 복합 감정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후 도널드 트럼프는 입체파 식으로 그려진 피카소의 여인 인물화를 볼 때 당혹감을 모두에게 안겨주었다. 보수파는 신음했고 진보파는 어리둥절했다. 6·12 이전 친트럼프 성향의 강경 보수파 인사들은 그들이 북한 현 정권의 '가게무샤'로 간주하는 어리버리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완전 굴복시키기를 기대했으나 '트럼프 너마저'라며 비난 모드로 돌변했다. 성공하든 실패하던 무자비한 비난 포격을 준비했던 보수-진보 진영을 막론한 반 트럼프 인사들은 그가 표적을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엉뚱한 곳에다가 준비한 포탄을 쏟아 붓고 있다. 독이 밑이 빠졌는데도 미리 준비한 물을 쏟아붓고 있는 격이다. 트럼프의 싱가포르에서 세계전략 그림 그리기는 성공 여부와는 관계 없이 또한 도덕성, 정당성과는 관련 없이 '아메리카 퍼스트'의 기조를 견지했다. 19세기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파머스턴경이 한 '영원한 것은 국익뿐'이라는 말을 환기시켰다. 선택과 집중 측면에서는 남중국해와 중국을 겨냥했다. 한반도와 이란을 2, 3 순위로 밀쳐 두었다. 그리고 자기 진영의 코어 집단을 제외하고는 친소 거리의 차이를 구별하지 않고 뭉뚱그려 모두를 '패싱'했다.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가 한미 군사훈련 중단 카드와 주한미군 철군 불꽃을 던져 트럼프 지지로 나설지 트럼프 반대로 나설지 우왕좌왕하고 있다. 미국 공화당 주류는 주한미군 감축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하였고 주한미군 철수와 관해서는 공화-민주 양당의 반대 공조마저 점쳐지는 양상이다. 싱가포르 회담에 앞서 트럼프에 무지무지 공을 들인 일본의 아베 정권은 북미 정상회담 후 떨떠름한 입장이다. 상대 진영을 살펴 보자. 김정은의 북한은 대마를 얻기 위해 차포를 판에서 거둬들인데다가 '게릴라 전'에서 필수적인 졸마저도 모두 거둬들이지 않을 수 게 됐다. 스스로 들어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훈련' 모라토리움에다 '반미 선전전' 모라토리움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미국 조야의 반응이 심상치 않으니 반미 선전전이야 다시 가동되겠지만 한미 군사훈련 중단 카드를 던진 트럼프를 과녁에서 제거하지 않을 수 없다. '짠 맛 잃은 소금'이요 '앙꼬 없는 찐빵'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환영 운운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그들은 트럼프가 '좌변'을 키워주고 부추기며 '대마' 포위와 고립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 합의문에서 CVID 대신 완전한비핵화로 후퇴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020년으로 시간표를 잡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까지 중국은 '북한의 쿠바화'를 감내해야 한다. 불완전한 북한 비핵화는 북한 쿠바화의 연장이요 만일 성사된다면 북한의 베트남화로 이어진다. 중국으로서는 이렇게 된다면 복부에 비수 외에 목의 비수를 받아들여야 할까. 트럼프는 속아주는 척하면서 일단 중국을 겨냥한 남중국해에 집중하고 한반도는 김정은의 북한이 취하는 후속 행동을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 및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 카드로 주한미군 주둔군 분담금 협상에서 확실한 협상 우위를 점했고 일본과 더 나아가 독일과의 협상에서도 주도권을 갖게 됐다. 6월12일 이후 트럼프에게서는 김정은 북한의 붕괴를 기대하며 속아주는 척하며 제네바 북한 핵합의를 받아들인 빌 클린턴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더 멀리 공산중국의 유고화에 집중하기 위해 한반도 무대접의 세계 전략을 펼친 해리 트루만의 모습도 오버랩 된다. 둘다 민주당 대통령이었다. 소련 견제를 위해 마오쩌둥 중국과 손잡은 리처드 닉슨의 청출어람 세계전략을 상기시키지 않을 수 없다. 닉슨은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었다. 그는 처참하게 실패한 트루먼의 중국 유고화 전략을 되살려내 슈퍼 초대박의 성공의 '불꽃'을 던졌다. 미국은 남베트남을 잃었으나 결국 소련 붕괴라는 대마를 잡는 결과를 안았다. 이는 민주당의 세계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청출어람'이 아니라서 상대방의 무기를 빌어 골리앗과 같은 적을 잡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트럼프의 얼굴은 클린턴 그리고 닉슨의 얼굴이 겹쳐진 정치세계의 입체파식으로 그려진 모습이다. <스위프트-버크왈드>

▶ 2018/06/16 1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