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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빙빙 중국의 판도라 상자
판빙빙(範冰冰) 사건을 일언이 폐지하면 '중국의 판도라 상자'다.
중국 최고 미녀스타 판빙빙은 중국과 할리우드를 넘나들었고 올해 초 칸 영화제를 수놓은 주역 중 하나였다. 중국을 뛰어 넘은 글로벌 스타다.
절색인데다 연기력도 뛰어났다. 우리나라 영화에도 출연한 적이 있다. 올해 37세인 그녀는 국내 영화팬에도 낯이 익은 당대 중국을 대표하는 연예인이다.
※ 로고는 2003년 중국 허난성에서 발견된 눈(目) 모양의 글자로 지금까지 발견된 문자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관련기사 보기
판빙빙의 실종 미스터리는 6월 초부터 시작,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팬들은 16일 그녀의 생일을 상기하며 '돌아오라 판빙빙'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메아리는 없다. 희미한 옛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아니 땐 굴뚝의 연기'와 '땐 굴뚝의 연기'가 난마처럼 어우러지며 하늘을 뿌옇게 뒤덮고 있다.
가짜 뉴스와 진짜 소식이 벼와 뉘가 석인 채 또 옥석 구분 없이 때로는 대충대충 분류되어 널리 퍼지고 있다.
영화계의 마이더스손과 매스콤계 총아 그리고 경국지색의 미인이 악연으로 뒤얽힌 삼각관계의 복합 갈등에서 출발해 급팽창한 연예산업을 배경으로 한 연예-산업 콤플렉스의 가공할 비리 백화점 스캔들을 거쳐 지금은 포사와 달기 그리고 양귀비를 연상하게 하는 경국지색의 스토리로까지 비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판빙빙에게서는 마타하리와 크리스틴 킬러의 이미지가스멀스멀 떠오르고 중국의 실세 2인자에게서는 하나라 걸왕과 은나라 주왕 그리고 당나라 현종의 이미지가 어른거린다.
시작은 중국 버전의 할리우드 영화 '이브의 모든 것'의 실제 상황이었다.
올해 5월10일 중국 감독 펑샤오강은 15년 전 자신의 흥행작 '휴대폰'을 리바이벌한 작품을 내놓는다고 발표했다.
당시 주연 판빙빙을 다시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어게인 2003년' 흥행 대박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고 판빙빙도 맞장구를 쳤다.
'휴대폰'은 인기 시사 앵커의 이중생활이 소재다. 영화 속 앵커는TV 화면에서 온갖 비리와 부패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했지만 마이크를 떠나서는 불륜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즐겼다.
영화 주인공의 모델로 2003년 당시 중앙TV(CC TV) 인기 시사 프로 '진실을 말하라'의 앵커로 최고 인기를 누리던 추이융위안(崔永元)이 지목됐다. 감독 펑샤오강과 앵커 추이융위안은 호형호제하는 친밀한 사이였다.
때문에 영화를 본 중국인은 '영화 속 앵커'와 실제 앵커를 주저 없이 동일시했다. 싱크로율 100%라는 말마저 나왔다.
영화는 헐리우드 영화 세계의 화려한 겉모습과 추악한 이면을 다룬 '이브의 모든 것'과 빈센트 미넬리 감독의 '악당과 미녀'(필자는 40여년 전 KBS 명화극장 프로에서 방영한 것을 보았다.
제목은 '이브의 모든 것'을 패러디 한 '할리우드의 모든 것' 이란 제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을 연상시킨다.
'이브의 모든 것'에서는 베티 데이비스가 분한 당대 최고 스타를 겉으로는 헌신적으로 도우려는 척하면서 모든 정보를 빼어내어 온갖 추악한 음모를 꾸며 마침내 그 자리를 빼앗는데 성공한 낮과 밤이 다른 이중생활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브'가 목표를 달성한 뒤 성취 허무감에 사로잡힌 장면에 맞물려 또 다른 어린 '이브'가 영화의 첫 대목에서 '이브'가 미래를 꿈꾸는 첫 신과 똑같은 행동을 취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끝난다.
'악당과 미녀'에서는 자신이 연출한 작품을 성공시키기 위해 출연한 여배우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처럼 믿게 하였으나 작품을 끝내고는 그것이 진심이 아니었음을 냉담하게 드러내고 사랑에 빠져 있었던 여배우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다른 작품의 다른 여배우를 찾는 감독이 주인공이다.
능력 있고 대박 제조자이기는 했으나 '나쁜 남자'다. 역시 이중 플레이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여배우와 함께 자리를 하여 '나쁜 남자'를 인간 말종으로 성토한 영화제작 관련자들이 여배우에게 걸려온 그 나쁜 남자의 전화 통화 내용을 귀동냥하려고 여배우의 귓가로 몰려들고 여배우는 이들의 간청에 따라 왼쪽 귀로 오른쪽 귀로 전화기를 옮기는 것을 반복하는 신이었다.
'2003년 휴대폰‘은 추이융위안을 영락없는 뛰어난 이중 플레이어의 '나쁜 남자'로 만들었다. 추이의 부인과 딸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15년 만에 이 영화가 리바이벌 된다는 소식을 접한 추이융위안은 '분노와 응징'의 칼을 뽑았다.
우선 칼끝의 대상은 판빙빙이었다. 출연료 이중계약과 탈세를 짚었다. 이러한 공격 뒤 판빙빙은 잠수를 탔으며 판빙빙 매니지먼트회사가 반박에 나섰다.
판빙빙과 연예계 비리를 분명하게 연관지었던 추이는 탈세 연예인은 다른 사람이라고 정정하고 사과까지 했다.
이후 '판빙빙 사건'은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그러나 이는 1막의 끝이었을 뿐이었다.
2막에서는 추이의 칼은 펑에게로 향했고 서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살벌하게 치고받고 있다.
이러한 이전투구로 중국 연예 사업계는 빙하기가 되었다. 하지만 추이가 1막에서 판빙빙을 향해 굴린 눈덩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가속도가 붙었다. 이제 추이는 더는 게임메이커가 아니다.
판빙빙의 실종 상황이 계속되면서 명백한 가짜 뉴스가 잠시 동안 이기는 하지만 사이버 공간을 지배했다.
판빙빙이 수갑과 족쇄를 찬 채 여성 공안요원 두명 사이에 서 잇는 사진이 등장했다. 이는 다른 여배우가 연기한 영화 신에 판빙빙의 얼굴을 합성한 것임이 확인됐다.
하지만 판빙빙이 중국에서 사법당국의 조사가 개시되기 전 내사를 받는 ‘쌍규(雙規)' 조사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혐의는 탈세였다.
중국 언론이 침묵하는 가운데 이 소식은 중국의 트위터 웨이보 등 인터넷 뉴스를 뜨겁게 달구었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결정적 가짜뉴스가 '판빙빙 사건'을 '판빙빙 사태'로 글로벌 이슈화하였다. 판빙빙이 미국으로 망명하였다는 뉴스였다.
중국 실권자의 성상납 요구를 거부, 각종 탄압과 압력을 받다가 미국으로 망명하여 보호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이 같은 악의적인 반중적인 가짜뉴스가 판치는 데도 판빙빙은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제 중화권 네티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네티즌을 포함한 세계 네티즌은 판빈빙의 구금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판빙빙의 동생이 눈물짓는 모습이 포착된 가운데 중국 언론이 과다한 출연료와 연예산업의 비리를 다루기 시작했다.
이제 가짜뉴스와 진짜뉴스가 밤하늘의 뭇별처럼 사이버 공간을 뒤덮고 유령처럼 중국 대륙 하늘 위를 배회하고 있다.
이들 중 메가톤급 은 왕치산과의 연관설이다,.
왕치산은 올해 3월 전인대에서 국가 부주석에 선출된 시진핑 정권의 실세 중 실세다.
시진핑 1기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중앙 기율검사위 서기로서 조자룡 헌칼 쓰듯 시진핑의 위험한 정적들을 깡그리 베어낸 인물이어서 사실상의 2인자라는 평가까지 받는 인물이다.
왕치산 관련설은 은인자중하고 있든 아니면 납작 엎드리고 있던 시진핑의 반대파들이 시진핑을 흔들기 위해 왕치산 연관설을 터뜨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는 반중적인 세력의 선전 애드벌룬일 수도 있으나 판빙빙은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십수 년 전에 실종된 한 유명아나운서가 태아와 함께 인체표본으로 전시되고 있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 문제의 여성은 시진핑과 왕치산 콤비에 의해 '제1정적'으로 제거 차원에서 숙청된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의 애인이었으며 실종 당시 임신 중이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 확인되기 힘든 루머는 판빙빙의 잔혹한 사망을 떠올리려는 의도가 실려 있다.
'2003년 휴대폰'의 악연이 불러일으킨 '판빙빙 실종사건'은 이제 '몬도가네'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양상이다.
판도라의 상자 마지막에 남은 것은 희망이었다. 그리스 신화 이야기처럼 반전은 없을까.
1993년 봄 리펑 총리의 공식 석상 실종 사태로 온갖 무성한 루머가 퍼졌다.
중병설에서 출발한 리펑 실종 사태는 중태설과 식물인간설을 거쳐 비리 연루로 인한 숙청 직면 처지 상태로까지 치달았다.
여러 정황으로 숙청설이 짙어져가는 순간 수영 팬츠를 입고 활짝 웃으면서 베이다이허 해변가에서 찍은 사진이 인민일보 1면에 등장하면서 확실하게 반전됐다.
물론 이를 두고 중난하이에서 리펑의 정치생명을 놓고 엄지손 올리기냐 아니냐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는 추측이 있었다.
'판빙빙 사태'가 그로테스크한 몬도가네삭 결말이 아닌 영화 쿼바디스의 마지막 신처럼 엄지 올리기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위프트-버크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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