胡錦濤 서방외교무대 본격 데뷔 중국의 차세대 최고지도자로 내정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부주석(58)이 12일 러시아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 유럽 5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 국제 외교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후 부주석을 맞이한 국가들이 모두 '포스트 장쩌민시대'를 염두에 두고 그를 국가원수급으로 대우해 이번 유럽의 강대국을 상대로 전개한 외교는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해준 인상이다. 지난 5일 후 부주석은 파리에서 홍콩 언론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후계 문제에 관해 "16차 당대회까지 1년 가까이 남아있어 구체적인 인선에 대해 말하는 것은 조금 빠른 느낌이다"라고 밝혔다. 내년의 당대회를 앞두고 장쩌민 국가주석에서 후 부주석으로의 권력이양이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외유중이긴 하지만 그의 이 같은 발언은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후 부주석의 외국 방문은 올해 들어 3번째로 1월에는 중동-아프리카 5개국을, 4월엔 베트남을 찾았다. 이번에는 중국이 전략적으로 중시하는 러시아를 비롯해 서유럽 주요국의 첫 순방인 만큼 관심도는 특히 높았다. 방문기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엘리자베스 여왕, 자크 시라크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이 앞다퉈 후 부주석과 회담했다. 중국과 2국간, 지역간 관계의 강화를 원하는 이들 국가는 후 부주석을 '21세기 중국의 지도자'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의 순방일정은 미국 테러사건후 국제사회의 동향이 주목되는 시기와 중첩했다. 후 부주석은 5일 프랑스 국제관계 연구소에서 "우리가 직면한 과제는 글로벌한 것으로 전세계인의 참여와 각국의 협력, 유엔과 안보리의 역할 발휘가 무엇보다도 불가피하다"며 反테러에 대한 협력 태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런던의 영-중무역협회 환영연에선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관련 "중국은 적극적으로 글로벌화에 참여해 세계 경제-무역의 발전을 위해 한층 역할을 발휘하겠다"고 천명, 자유무역체제의 적극 참가 입장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번 5개국 방문에는 장래의 '중국 퍼스트 레이디' 류융칭(劉永淸) 부인은 물론 주미대사를 역임한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부장 등 부부장급 3명, 당중앙의 부주임급 3명이 공식 수행원으로 따라 나섰다. 수행원 가운데는 당중앙 판공청의 링지화(令計劃) 부주임과 정책연구실의 허이팅(何毅亭) 부주임 등 후 부주석의 핵심 측근들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링 부주임은 후 부주석의 베트남 방문시, 허 부주임은 중동-아프리카 순방시 에도 수행해 '후진타오 시대'를 앞두고 그를 보좌할 새로운 브레인 트러스트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 2001/11/12 2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