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point] 국제금융센터로서 홍콩 향방...보안법 강행 홍콩은 영국 식민지 역사를 끝내고 1997년 중국에 귀속했다. 식민지 시대 영국 정부는 홍콩 주민에 민주주의 권리를 주지 않았지만 법치(the rule of law)와 자유를 향유하게 했다. 1997년 홍콩이 중화인민공화국에 반환하면서 중국 정부는 홍콩 주민에 '홍콩 자본주의 제도를 50년간 바꾸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자본주의 제도는 법률을 통해 자유와 기본적인 인권, 사유제산을 보장하는 것이다. 중국의 공약은 1국2체제(一國兩制)로 집약한다. 바로 홍콩은 자본주의, 중국은 사회주의라는 2가지 제도를 인정한다는 얘기다. 중국에선 자유, 기본적 인권, 사유재산을 법률로 보호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자유를 바란다. 그래서 홍콩 반환 전부터 중국인은 대거 홍콩으로 몰려와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다양항 루트를 통해 이주했다. 중국 귀속에서 23년이 지난 지금 홍콩은 역사적인 변곡점을 맞고 있다. 몇년 전 반중 서적을 취급하는 통로완(銅鑼灣) 서점의 주인과 직원이 연달아 중국에서 보낸 공안에 납치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아무런 법적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중국으로 강제 연행해갔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일 포함한 중국 최고지도부의 추문을 폭로하는 서적을 판매한 것이 역린을 건드렸다. 통로완 서점이 취급한 반중서적의 내용 진위와는 별도로 중국 공안이 홍콩에서 법을 집행하는 행위는 홍콩 사법독립을 침해했기에 민주파와 젊은층의 항의시위가 잇따랐다. 그리고 2019년 홍콩 특구정부는 중국의 요청을 받고 본토에서 도망친 범죄 용의자를 체포해 중국으로 송환할 수 있는 도망범 조례의 제정을 시도했다. 이는 홍콩 정부가 스스로 사법 독립성을 포기한 것으로 의미해 시민과 대학생의 대규모 항의시위가 확산했다. 가장 많을 때는 시위군중이 170만명에 달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거센 반발에 홍콩 정부는 도망범 조례 도입을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홍콩 특구정부가 주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으면서 2019년 구의원 선거에서 친중파는 다수의 의석을 상실한 반면 민주파는 80% 이상 의석을 석권했다. 영국 식민지 지배에도 제대로 항거한 적이 없는 홍콩 주민이 중국 정부에는 반기를 들었다. 왜 중국은 홍콩 주민의 자유와 기본적 인권을 빼앗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가.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홍콩이 민주화의 거점이 되는 일이다.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국제정치학자 사이에선 홍콩의 중국화와 중국의 홍콩화라는 정반대의 의견이 대립했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작은 홍콩이 거대한 중국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중국은 그리 얼마도 되지 않는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이 홍콩을 변화시키려 나선 것이다. 1국2체제는 '1국1체제'로 바뀌고 있다. 중국이 홍콩의 중국화를 서두르는 배경에는 오는 9월 실시하는 입법회 선거이다. 그대로 투표하면 민주파가 과반수 의석을 차지해 민주화 법안을 채택할 수도 있게 된다. 어떻게 해서라도 중국은 이를 막아야 한다. 제일 좋은 방법은 뭔가 법률을 만들어 민주파 후보자의 자격을 박탈해 선거에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고안한 것인 홍콩판 국가안전법(홍콩보안법) 제정이다. 2020년 5월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폐막하면서 홍콩보안법을 강행 통과시켰다. 요컨대 홍콩에서 국가 안전을 위협하는 어떤 단체와 개인도 국가전복죄로 처벌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홍콩 주민에서 보면 보안법 제정은 중국이 약속한 1국2체제의 종언을 의미한다. 홍콩 귀속에서 23년 만이다. 문제는 홍콩 주민이 사회주의체제에 흡수되는 것을 거부하는데 있다. 중국은 홍콩 주민의 반중시위를 억제하는 법을 제정하면서 관련 걱정을 어느 정도 덜게 됐는지 모른다. 반면 큰 대가를 치르게 됐다. 우선 홍콩 공동화가 점쳐진다. 홍콩보안법 시행을 계기로 식민국이던 영국 정부는 290만명 홍콩 주민에 시민권을 부여할 의향을 표명했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대만 등도 홍콩 주민의 이주를 적극 수용할 방침을 밝혔다. 일본 역시 "홍콩을 포함한 전문적익 기술적인 부문의 외국 인력의 유치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또한 중국에는 홍콩이 국제사회에 접근하지 위한 관문이지만 1국2체제에서 1국1체제로 이행하면 홍콩은 지금까지의 홍콩이 아니기에 관문으로서 역할을 맡을 수 없게 된다. 더욱이 홍콩은 동아시아에는 가장 중요한 국제금융센터이자 해운물류 거점이었지만 중국의 개입이 많아지면 홍콩은 국제금융센터 위상을 잃을 수밖에 없다. 원래 국제금융센터로서 성장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은 공용어를 영어로 해야 하고 자유시장을 보장해야 하며 사법 독립성을 갖춰야 한다는 3가지가 필수적이다. 홍콩보안법 도입으로 사법 독립성이 위협을 받으면서 자유방임(laissez-faire)의 홍콩 매력이 사라지고 공영어도 푸퉁화(베이징어)로 바뀔 공산이 농후하다. 미국이 홍콩보안법 제정에 강력히 반발해 홍콩에 부여한 특별우대 관세 등 조치를 중단, 박탈함에 따라 해운물류 센터로서 지위도 크게 위협을 받게 됐다. 홍콩보안법 시행을 기화로 홍콩 부유층이 대거 해외로 이주할 경우 이들의 개인재산도 빠져나간다. 국제금융센터로서 홍콩의 지위가 약화하면 그 대체지로 싱가포르의 중요성이 증대한다. 현재 홍콩에 거점을 둔 기관투자자와 펀드, 개인투자가도 싱가포르를 이전할 전망이다. 홍콩달러를 달러로 환전해 이주국에 송금하게 된다. 투자가도 금융자산을 싱가포르 등에 보내면서 단기적으로 홍콩 당국은 달러를 팔고 홍콩달러를 사는 개입에 나서지만 조만간 페그제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홍콩 문제의 본질은 경제문제가 아니라 이념과 가치관 문제이다. 홍콩 주민이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거부하면서 홍콩 문제는 순식간에 확대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홍콩문제를 내정이라고 규정하고 억제에 나섰다. 그렇지만 국제사회는 중국에 의한 홍콩 통제 강화를 간과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중국의 경직적인 태도에 반발해 국제사회는 자유로운 홍콩을 지키고 중국공산당에 대항하는 포위망을 치고 있다. 이 같은 엄혹한 현실을 중국공산당은 얼마만큼 인식하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시진핑 지도부로선 절체절명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 2020/06/25 2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