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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중국의 활로는 지식경제化
한 국가가 영구히 세계의 중심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인류 역사상 중화(中華)제국, 로마제국 모두 세계의 중
심으로 군림한 적이 있다. 이후 네덜란드, 터키, 스페인, 프랑
스, 영국, 美-蘇 등이 한때 그 같은 지위를 누렸다. 한 나라가
세계 중심의 지위를 오래 유지하려 해도 1세기를 넘길 순 없었
다. 대체로 80년에서 1백년 정도가 고작이다. 현재 이미 절정에
도달한 미국은 과연 그 지위를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런지 자
못 궁금하다.
지난 1985년부터 세계 중심이 유럽에서 태평양으로 옮겨졌다는
말이 나돌았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美-蘇뿐만 아니라
일본도 강한 국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후의 사실이 입증하듯이
일본의 초강대국(超强大國) 부상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반면 중국은 90년대부터 부흥이 시작되면서 세계의 뜨거운 시선
을 한 몸에 받았다. 중국 경제의 연간 성장률이 1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두 자리 숫자의 성장은 경제 규모가 8년도 안돼 두 배
로 늘어난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다극화 진행 중에 1극(極)으
로 군림해온 미국의 패권(覇權) 지위에 도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예시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21세기는 과연 중국
의 세기가 될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세기일지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이 문제는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것이다. 주된 까닭
은 장래 세계 경제가 정보를 주도로 하는 글로벌化로 발전할 것
이란 전망 탓이다. 여기에서 먼저 지적해 둘 사실은 경제성장은
목축업 농업 공업 지식경제(知識經濟) 라는 4단계를 거쳐 이뤄
져 왔다는 점이다. 각 단계의 생산력은 주로 수렵도구, 토지, 자
본, 정보였다. 이 가운데 특히 세 번째 단계는 노동 집약형기
(期), 자본 집약형기, 기술 집약형기로 세분화할 수 있다.
지금 중국은 공업단계의 기술집약형기에 놓여 있다. 미국을 비
롯한 서방 선진국은 벌써 이 단계를 뛰어넘은 뒤 정보화 시대,
즉 지식경제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중국이 21세기 들어 중간
레벨의 선진국 수준에 도달할지, 4대 현대화를 실현할지 여부
는 '정보화와 지식경제'라는 고속열차에 타느냐 못타느냐로 결정
될 것이다. 중국 기준으로도 4대 현대화를 달성하려면 국민총생
산(GNP)이 미국의 세배로 증가해야 되는데 현재 중국의 GNP는 미
국의 8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20여 년간 개혁-개방정책의 실시로 중국은 비교적 상세하
게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중국 지도자는 이미 지식의 중
요성을 간파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과학교육을 통한 국가발전
정책을 마련한 것은 5년이 채 못된다. 더구나 1999년에 들어서
비로소 미래의 발전은 기술이 아닌 지식에 의존해야 한다는 사실
을 깨달았을 뿐이다.
지식경제는 버추얼 이코노미(가상경제)로서 공업경제를 대체하
는, 경제발전의 주체로 부각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경제 행태
는 경제구조의 개혁, 제3차 산업의 확대에 의존해야만 한다. 제3
차 산업은 미래 경제성장의 추세를 대표하고 있다. 미국의 정보
산업 바로 지식경제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75%를 점유한다.
주식 변호사 레저 금융 네트웍경제 등이 이 산업의 중추를 이루
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지식경제화라는 고속열차를 타는 것은
다음 세기 세계 중심으로 부상하는데 있어 절대적인 상관관계를
갖는다.
중국이 어떻게 해야 이 고속열차에 승차할 수 있을까. 이는 중
국의 개혁-개방과 혁신(革新)의 속도에 달려있다. 물론 중화민
족 전체에 의한 노력도 필요하다. 혁신은 정열과 각오가 있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그만큼 능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다. 훌
륭한 교육을 받고 충분한 지식을 습득한 사람이야말로 혁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때문에 21세기 중국의 발전을 위한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교육이다. 교육을 한층 발전시
키지 못할 경우 중국이 지식경제라는 고속열차를 타는 게 불가능
하고 세계의 중심이 되는 일은 더더욱 불가능한 것이다.
이제껏 중국은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중국의
1인당 교육비는 연간 40달러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2천 3백4
달러로 중국의 50배가 넘는다. 한국 정부도 경제발전을 위해서
정부 지출의 20%를 교육에 17년간 계속해 투자해왔다. 중국이 교
육투자를 급속히 늘리지 않는다면 발전은 요원하다. 다음 세기
는 중국의 것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앞으론 대학교육을 이수한
사람이 (해당연령의) 80%에 달하지 않으면 혁신속도 면에서 다
른 국가를 추월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국은 교육혁신을
통한 입국(立國)을 실행하는 외에 다른 길은 없다.
미국은 진작 새로운 경제단계에 진입하고 있으며 이는 전통적
의미의 공업경제가 아닌 지식경제다. 전통적 의미의 과학기술 대
신 전반적인 생산요소의 전환에 의지하면서 종래의 자본, 기술
주도에서 지식 주도로 바뀐 새로운 패러다임인 것이다. 이에 따
라 미국은 여전히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게 됐다.
다음 세기는 과연 중국의 세기인가 아니면 미국의 세기인가. 양
국 모두 그 기회를 갖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
만 향후 어느 쪽이 시행착오를 적게 겪으면서 충분한 혁신을 단
행할 수 있을지, 어느 쪽이 혁신을 보다 빠른 속도로 전개할 수
있을지에 따라 그 승패가 가려질 것이다.
중국은 정책 전략 체제의 개혁 면에서 아직 탐색 단계에 있긴
하나 상당한 희망이 보인다. 중국인은 총명하고 지혜로운 민족으
로 많은 지식을 습득하면서 이를 다양한 분야에 적용, 잘 활용하
고 있는 탓이다.
<옌쉐퉁(閻學通)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소 대외정책연구중심 주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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