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올가을 완전퇴진 불투명 중국 공산당은 5년만에 오는 가을 제16차 당대회를 열고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게 된다. 이번 당대회에선 장쩌민(江澤民) 당총서기에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부주석으로 권력이양이 이뤄질 것으로 그간 점쳐져 왔다. 하지만 장 총서기가 겸임한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 주석 등에서 모두 물러나 완전 퇴진할지가 아직까진 불명확해 그의 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내 일각에선 장쩌민의 총서기 유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어 당대회 직전까지 차기 지도부 인선을 둘러싼 다양한 시나리오가 쏟아질 전망이다. 장 총서기는 원단 신년다과회에 참석해 "2002년은 우리 당과 국가의 역사상 극히 중요한 한해이다"라고 강조, 사실상 당대회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지시했다. 지난 89년 톈안먼(天安門) 사건직후 최고 지도자의 지위에 올라 13년째를 맞은 그로선 금년이 '장쩌민 시대'에 일획을 긋는 해가 될 것임에는 의심할 나위없다. 당대회에선 자신이 내세운 '3개 대표론'을 당장에 삽입시켜 사영기업인의 입당 길을 열게되는 것이 확실시된다. 그럴 경우 장 총서기에겐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나란히 중국 역사에 남을만한 최대의 공적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장 총서기는 오는 8월 76세 생일을 맞는다. 5년전 제15차 당대회 당시 라이벌이던 차오스(喬石) 前전인대 상무위원장은 '70세 정년제'에 밀려 사실상 강제 퇴진했다. 때문에 이번 당대회에서 장 총서기와 70세 중반을 넘어선 주룽지(朱鎔基) 총리, 리펑(李鵬)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동반 퇴진할 것이란 관측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고 실력자가 순순히 자리를 내놓은 적이 없는 것도 중국 역사의 일단면이다. 장 총서기는 작년 10월 상하이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은퇴 여부를 질문받자 "국가의 관련 규정에 따를 것'이라고만 답했다. 국가주석 경우 헌법에 3선 금지조항이 있지만 총서기와 중앙군사위 주석에는 명문 규정이 없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일부 베이징시 당원이 지난해 말 총서기 유임을 요구하는 서명 활동을 전개, 1만명이 참여했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그간의 장기 집권으로 이미 당내외에서 장 총서기의 권위에 도전할만한 세력이 없는 점에서 16차 당대회에 이후에도 그의 영향력은 크게 발휘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런 이유로 장 총서기의 유임 운동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사실은 이상할 것도 없다. 덩샤오핑이 복권돼 개혁-개방노선의 기치를 높이든 것은 그의 나이 75세였다. 군을 장악해 최고 실력자의 지위를 확고히한 덩처럼 장 총서기도 국가주석과 총서기 포스트를 넘겨줘도 중앙군사위 주석만은 내놓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다만 세계적인 지도자의 세대교체 바람 속에 장 총서기가 이에 역행하는 행동을 하면 정치 만년을 오욕에 차게할 것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군사위 주석에 앉아 '섭정' 노릇을 할 경우 중국 정치의 후진성이 재차 만천하에 공개된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정국 안정을 들어 단계적인 권력 이양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당내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어느 정도 공감을 얻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장 총서기로선 일단 퇴진을 공식 표명할 경우 일시에 권력의 구심력이 약화해 레임덕화하는 정치 상례를 우려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따라서 군사위 주석직을 유지해 '섭정'을 시도하든 아니면 완전 은퇴하든 장 총서기는 최후 순간까지 속셈을 들어내 놓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최종적인 인사안의 윤곽은 여름의 북대하회의와 당대회 직전에 열리는 중앙위 전체회의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 2002/01/08 2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