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옐친’ 판위에(潘岳)(1) 견문발검(見蚊拔劍)인가, 살계하후(殺鷄嚇猴)인가. 중국 권력서열 2위인 리펑(李鵬)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상무위원장이 최근 한 중견 관리의 숙청을 요구하고 나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중국문제 전문의 인터넷 신문 다유(多維)에 따르면 리펑은 최근 한 회의 석상에서 국무원 경제체제개혁 판공실 부주임 판위에(潘岳)를 제16차 중국공산당 대회(16대)의 중앙위원으로 선출하지 말 것은 물론 현직에서도 해임할 것을 장쩌민(江澤民) 국가 주석에게 요구했다는 것이다. 경제체제개혁 판공실은 국무원 산하 5개의 판공기구 중의 하나로 판공실 서열 4번째이며 판위에는 왕치산(王岐山) 주임 밑의 5명의 부주임 중 말석을 차지하고 있다. 나이도 불과 43세다. 중국식 과장법을 통해 표현 하자면 리펑이 그 이름대로 붕(鵬)새라고 한다면 판위에는 아직은 모기(蚊)와 같은 존재다. 그런데 무엇이 리펑으로 하여금 칼을 빼어 들게 했는가. 판위에가 지난 해 기고한 일련의 언론 기고문 때문이었다. 그 중 선전특구보(深土+川 特區報)와 화하시보(華夏時報)에 실린 ‘종교 아편론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자’는 내용의 글이 뇌관 구실을 했다. 판위에는 이 글에서 “마르크스의 종교관은 시대에 따라 진보해야 한다”면서 종교가 심리적 문화적 도덕적 기능을 갖고 있는 데다 봉사적 성격 등 여러 면에서 사회안정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판위에는 현재 중국 당국의 두통거리인 파룬궁(法輪功)과는 분명하게 거리를 두었다. 그가 인정하자고 한 것은 사교(邪敎)를 배제한 정교(正敎)였다. 중국 정계의 ‘앙팡 테리블’ 판위에가 경제체제개혁 판공실의 부주임에 임명된 것은 2000년 5월 8일이었다. 바로 전에 맡았던 직책은 국가질량기술감독국 부국장으로 당시에는 비교적 조용히 지냈다. 하지만 경제체제개혁 판공실의 부주임이 되면서부터 그는 중국 정계의 ‘앙팡 테리블’로 부각되었다. 지난 해 초 홍콩의 시사잡지 ‘개방(開放)’에 중국의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그의 글이 실렸다. 그의 주장은 중국 공산당 일당 독재의 견지를 전제로 한 것이었지만 보수파들의 격분을 사기에 충분할 만큼 파격적인 내용으로 가득했다. 체제개혁 판공실 소속의 한 학자는 그의 정치개혁 논지를 사회 민주주의와 국가민족주의를 지향하자는 것으로 요약한다. 보수파들이 벌떼처럼 일어났고 장쩌민과 리펑에게 그를 비난하는 편지가 쇄도했는다. 이중에는 그를 ‘중국의 옐친’으로 규정하는 것도 포함됐다. 그는 이러한 비판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적극적인 언론기고 활동을 통해 논쟁에 기름을 끼얹었다. '종교아편론...'은 개방에 그가 작성한 문건이 보도되어 문제가 된 뒤 씌어진 글이다. 지난 해 말에는 ‘2001년 중국시장논단’이라는 한 회의에서 정부직능의 개혁을 주장하는 문건을 발표했다. 여기서 판위에는 행정 행위에 대한 심사평가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는데 당 기관지 인민일보, 국무원이 발행하는 경제일보, 그리고 공청단 베이징(北京)시위 기관지 베이징청년보가 기사화하였을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종교아편론...' 등 이 일련의 기고문의 내용도 문제려니와 그의 주장에 대한 당내 공감 분위기의 확산은 보수파의 대부 리펑으로 하여금 직접 나서지 읺으면 안되겠다는 판단을 하게 만든 것이다. 리펑의 ‘숙청’요구에 대해 장쩌민은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고 다유는 전했다. 장쩌민은 ‘9.11 테러사태’ 이후 종교에 대한 관용정책을 시사하는 내부 강화를 발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판위에는 장쩌민의 이 강화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장쩌민의 침묵이 그의 곤혹스러운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면 리펑은 닭(鷄)을 죽이자고 함으로써 원숭이(猴)를 위협하는 효과를 거둔 셈이다. 당사자인 판위에의 반응은 엉뚱했다. 보수파들의 거센 공격에도 일체 직접적 반응을 보이지 않던 그는 시문집(詩文集)을 펴내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리펑의 직설적 공격에 ‘화두(話頭)’를 던지는 식으로 응수한 셈이다. 이 ‘화두’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판위에가 정계를 떠나 문필 활동에 전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왔다. 하지만 판위에의 시문집에 담겨 있는 한 장의 사진은 적어도 자중할 예상한 이 해석이 틀린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그 사진은 지난해 8월 판위에가 고산 지대인 티베트 도시들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도시의 불교 사원을 방문했을 때 찍은 것이다. 중극 공산당 간부인 판위에가 라마승 주지의 안내로 티베트식으로 불상을 참배하는 모습을 담고 있는 이 사진이 전해주는 분위기는 상당히 우호적이다. 이를 통해 판위에는 리펑에게 이렇게 대꾸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티베트의 안정을 위해서 이처럼 종교활동에 대한 적극적 인정이 필요하다”라고. 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그러나 재기 넘치는 판위에는 누구인가. 그는 상무위원과 군사위 부주석을 지낸 류화칭(劉華淸)의 사위다. 그는 또 공청단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이를 근거로 차이나워처들은 판위에가 연경(年輕)간부의 한 사람으로 발탁된 배경에는 장쩌민의 책사 쩡칭훙(曾慶紅)과 후진타오(胡錦濤)부주석이 자리잡고 있다고 판단한다. 차기 지도부 내의 5개 파벌 중 단파(團派)와 태자당(太子黨)파 등 두 개 파벌에 모두 속한 인물로 보는 것이다. <차이나워처><계속>

▶ 2002/01/18 1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