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옐친’ 판위에(潘岳) (2) 판위에의 이력에는 중국 정계의 ‘앙팡 테리블’다운 요소로 가득하다. 우선 고위간부 자제임에도 불구 정식 대학 졸업장을 갖고 있지 못한 점을 들 수 있다. 그는 방송 통신대학을 나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6대를 앞두고 지난해부터 대거 발탁된 30,40대의 연경(年輕)간부들 대부분이 베이징(北京)대, 칭화(淸華)대 등 명문 대학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그는 확실히 이채로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판위에의 기사에서 빠짐없이 언급되는 사항이 군 원로 류화칭의 사위라는 것인데 어떤 신문은 그를 ‘류화칭의 전 사위’로 기록하고 있다. 후자가 정확하다면 그는 현재 류화칭의 딸과 이혼한 상태다. 이는 순탄치 않은 학창 생활을 보낸 그가 결혼생활도 마찬가지임을 보여준다. 소련이 해체된 바로 다음 해인 1991년, 31세에 불과했던 판위에는 ‘소련사태 이후의 우리의 대응방안’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문건의 작성을 주도했다. 중국 최고 지도부가 소련 해체의 충격에서 벗어나진 못한 상황에서 나온 이 문건은 판위에의 오늘을 예고한 것이었다. 파격적인 발상과 아울러 거대담론을 지향하는 성향은 이미 그 때부터 싹을 보였던 셈이다. 하지만 당시 당내의 반응은 ‘대단히 경박하다(太冒失)’는 냉소적인 비판이었다. 국무원 국유자산 관리국 부국장으로 있을 때 대형 국유기업 50개를 서열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국유자산의 유실을 막자는 목적에서 였다. 그러나 이 방안은 주룽지(朱鎔基)의 묵살로 실천에 옮겨지지 못했다. ‘허장성세의 기풍(浮誇風)’을 야기할 것이라는 이유에서 였다. 이것이 원인이 되어 그는 한직으로 좌천됐다. 최근 출간한 ‘판위에시문선(潘岳詩文選)’에는 그가 홍군의 2만 5,000리 대장정의 경로를 되짚어 가며 느꼈던 감회를 읊은 시들로 채워져 있다. 자신을 중국의 대들보(康梁)에 비유하는 자부심이 시 행간 행간에 배어 있다는 것이 이 시문선을 읽은 이의 평이다. 사진으로 접한 그의 인상은 영락없는 샌님 모습이다. 그가 대단한 독서가이고 또 이데올로기 문제에 일찍부터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는 사실은 책상물림 같은 그의 인상과 어울린다. 하지만 인상과는 달리 선이 굵은 성격에 대단히 사교적인 사람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담하게 생각하고 대담하게 행동한다(敢想敢幹)’라는 인물평은 그의 성격에 관한 전언과 함께 앞서 간략히 살펴 본 그의 이력과 부합한다. 판위에는 마오쩌둥(毛澤東)을 흉내내고 있는듯한 인상이다. 마오쩌둥은 잘 알려진바와 같이 대단한 독서가이며 시인이었다. 그는 또한 학벌에 연연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판위에와 마오와의 가장 중요한 유사점은 자기나름의 새로운 이론을 개발해내는데 열중했다는 점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판위에의 대장정 답사도 예사롭게 보아 넘길 사항이 아니다. 자신의 우상이 걸었던 고난으로 점철된 행로를 순례자의 심정으로 되밟았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커창에 의해 발탁 판위에의 부친은 군의 고위간부 출신이다.철도병과 장갑병을 지휘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의 모친은 장쩌민과 특별한 꽌시가 있다. 장의 입당 때 후견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가 변변치 못한 학벌에도 불구하고 군부 실력자 류화칭의 사위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가족 배경 때문이었던 듯 싶다. 판위에는 ‘환경보호보(環境保護報)’의 말단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군 고위간부의 자제에다 류화칭의 사위의 직장치고는 격이 낮은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된 데는 통신대학을 졸업한 내세울 것 없는 학벌 때문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환경보호보의 기자로 있던 판위에는 1993년 공청단 기관지 중국청년보의 부총편집으로 발탁된다. 파격적인 인사였다. 이 자리는 공청단 선전부 부부장과 동급이며 국무원 부사장(副司長:부국장)에 해당되는 직책이다. 판위에는 단 번에 3계단을 뛰어 오른 것이다. 그를 발탁한 이는 당시 공청단 제1서기 리커창(李克强)이었다. 리커창의 이 파격적인 인사에 대해서는 공청단 간부조차 그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1992년 10월 14대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이 된 류화칭을 의식한 것이었다는 짐작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소련 해체 후 어느 누구 보다도 먼저 ‘대응논리’를 내놓은 판위에의 재기와 호기를 높이 산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판위에는 1994년 국무원 국유자산 관리국 부국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러나 앞서 밝힌 바 있는 ‘사고’를 치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한동안 한직에 머물던 그는 2000년 5월 국무원 경제체제개혁 판공실 부주임으로 발탁됨으로써 또 한 번 도약한다. 당시 그는 국무원 내 부부장급 인사 중 최연소였다. 판위에가 다시 요직에 기용된 데 대해서는 주룽지의 신임을 회복했다는 평가도 있으나 이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체제개혁 판공실에서 그에게 맡겨진 임무는 서부대개발과 관련된 업무였다. 하지만 그는 딴 짓만을 했다. 2001년 초 수십만자에 달하는 ‘정치개혁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홍콩의 시사잡지 개방에 공개되어 중국 정계를 뒤흔든 이 문건은 장쩌민에게 보고 되어 기업인의 입당 허용을 선언한 ‘7ㆍ1 강화’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판위에가 체제개혁판공실 부주임으로 발탁된 것은 그의 모친과 각별한 꽌씨를 갖고 있는 장쩌민과 자신의 세력을 키우려는 후진타오와 쩡칭훙 등 3자의 계산이 맞아 떨어져 성사된 것이라는 분석이 타당할 듯 싶다. <차이나워처><계속>

▶ 2002/01/24 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