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債務 株式化를 통해 본 중국 국유기업 개혁
중국 정부는 지난해 4개의 국유상업은행에 각각 자산관리공사를 설립하게 한 뒤 채무의 주식화라는 방식을 통해 국유기업 불량채권의 처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 20여년간 중국은 국유기업 개혁을 추진해 왔다지만 대다수 국유기업 경영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97년 시점에서 1만6천8백개의 대-중 국유기업 가운데 적자기업은 6천5백99개사로 전체의 39.1%를 점유했다.
이들의 적자총액은 6백65억9천만 위안(약 8조3천억원)으로 97년 전체 기업 적자액의 80%에 육박했다. 특히 96년부터 국유기업 적자총액은 이익총액을 넘어 섰으며 97,98년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
하지만 국유기업은 여전히 중국 경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국유기업 공업총생산은 3조4천8백55억 위안으로 공업부문(전체 국유기업 및 일정 규모이상 비국유기업) 생산총액의 47%, 자산총액은 7조6천9백27억 위안을 기록해 공업부문의 68%를 점유했다.
지난 98년 3월 전인대에서 주룽지(朱鎔基) 총리는 3년안에 국유기업 경영을 적자에서 탈출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그후 국채 발행에 의한 적극재정을 시행하고 파산, 합병 등을 통한 국유기업 개혁을 밀고 나가면서 상당수 국유기업의 경영이 호전됐다. 99년 국유기업 이익총액은 9백70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84% 증가한 반면 적자총액은 8백50억 위안으로 전년대비 17% 가까이 감소했다.
다만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한편에선 새로운 적자기업들이 생겨나 전체적인 적자기업 비율은 좀처럼 하락하지 않는 현상이 빚어졌다. 국유기업은 은행 특히 국유상업은행의 대출을 많이 받고 있지만 계획경제시대의 낡은 시스템과 경영구조적 문제 때문에 시장 경쟁력은 갈수록 저하하고 있다. 이 것이 바로 막대한 불량채권의 형성으로 연결됐다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선 불량채권 통계가 공개되지 않는 탓에 정확한 데이터를 파악할 순 없다. 중국의 불량채권 총액이 금융기관 전체 대출액의 20-40%에 달하는 것으로 외국에선 추산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게산할 경우 99년말 현재 대출총액 9조3천7백억 위안 중 불량채권은 1조8천7백40억-3조7천4백80억 위안 정도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국유기업 개혁의 일환으로 국유상업은행 산하에 자산관리공사를 설립했다. 채무의 주식화를 통해 기업의 채무부담을 경감하는 동시에 국유상업은행의 불량채권를 처리하겠다는 복안에 따른 것이다.
자산관리공사가 설립된 배경으로는 다음 3가지가 거론된다. 먼저 중국 은행법에 의해 은행은 기업에 대한 경영관리, 인재파견 등 기업 회생 작업에 직접 관여할 수 없는 점이다. 두번째는 국유상업은행의 자기자본비율(4-5%)이 낮아 은행 혼자의 힘으로는 불량채권을 해소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세번째는 중국의 자본시장은 아직 발전단계에 있으며 특히 채권시장 정비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에 직접 금융에 의한 자금 조달이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주된 자산관리공사의 업무 내용은 은행에서 불량채권을 매수하고, 채권을 조정하고 기업의 회생에 노력하며, 중앙은행과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차입하거나 채권 발행(불량채권을 처리하는 때 자금조달을 위해서)을 하는 한편 채권의 주식화와 자산의 증권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올해 1월 국가경제무역위원회는 대형 국유기업 중에서 채권의 주식화를 통해 흑자전환이 가능한 6백1개사의 명단을 4개의 자산관리공사에 제시했다. 이에 따라 채무 주식화에 의한 불량채권 처리금액은 약 4천6백억 위안에 달한다.
채무 주식화의 구체적인 시스템은 우선 자산관리공사가 국유상업은행으로부터 염가로 불량채권을 인수한다. 2단계로 자산관리공사는 인수한 불량채권을 주식화해서 당해기업의 대주주가 된다. 일시적이긴 하나 기업 경영에 관여할 수가 있으며 인재 파견도 할 수 있다.
3단계가 가장 중요하다. 자산관리공사는 인수한 채권을 매각, 자금 회수에 나선다. 그 방법으로는 채무의 주식화로 회생한 기업 스스로 자산관리공사 소유의 주식을 되사는 방안이 잇다. 또한 자산관리공사가 보유 기업주식을 제3자에 매각한다. 기업을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증시에서 주식을 매각할 수도 있다.
지난 7월까지 국가경제무역위가 제시한 6백1개사 가운데 4백85개사는 자산관리공사와 계약 체결을 끝냈다. 이 중 국무원 허가를 얻어 실제로 회생단계에 들어선 기업은 62개사에 달하고 있다. 또 중국 첫 채무 주식화 제도를 도입한 베이징시멘트 유한공사 경우 자산-부채비율이 1백17%에서 32%까지 떨어졌다. 모회사인 베이징건재집단공사는 3년이내에 자산관리공사에 양도한 베이징시멘트의 주식을 재인수할 예정이다.
채무 주식화 방식에 의한 불량채권 해소는 아직 실험단계에 있기 때문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 불량채권 처리에 관한 법규 정비, 재정, 금융, 사회보장제도 등의 개혁과 자본시장의 육성 등이 그렇다. 이 가운데서도 자금조달은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지금은 정부 보증채의 발행과 중앙은행, 상업은행에서 재차입 등으로 조달하는 방침이지만 결국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채무 주식화에 의한 불량채권 처리 방식은 국유기업과 국유상업은행이 안고 있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국유기업 자체의 경영구조와 경영방식 등을 개혁하지 않으면 성공을 장담하지 못한다. 국유상업은행측도 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 등에 철저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경우 새롭게 불량채권이 생길 위험성이 적지 않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