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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내일]1989년 천안문 광장과 베를린 장벽,
2019년 홍콩
리펑 전 중국 총리가 2019년 7월22일 와석종신했다. 1928년생으로 향년 91세.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히 누워 저세상으로 떠났다. 천수를 다했다.
리펑은 천안문 유혈 진압 30주년이 소리 없이 또 무사하게 지나간 한달 보름여 뒤 아주 조용하게 마르크스와 마오쩌둥을 만나러 간 것이다.
그는 천안문 진압의 최종 결정권자 덩샤오핑의 아바타 이상의 역할을 했다. 천안문 광장의 대학생 등 시위대의 강력한 저항으로 피바다를 이룬 가운데서도 흔들림 없이 '광장 청소'를 주도했다.
리펑은 결국 이 때문에 1인자가 되지 못하고 '살인마'라는 오명이 맴도는 가운데 생을 마감해야 했다.
천안문 사태 당시 당내 권력 서열에서 리펑 밑에 있었던 장쩌민이 유혈의 어부지리로 총서기 즉 1인자가 됐다.
리펑보다 두 살 위인 올해 93세의 장쩌민은 고령인 나이에 비해 여전히 정정했다. 그는 리펑의 빈소를 직접 찾아 조문했다.
이는 수슬로프가 죽은 뒤 그의 유체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짓던 늙고 병든 레오니드 브레즈네프를 연상 시킨다.
서기장 브레즈네프는 이데올로기 담당 정치국원 수슬로프의 아바타였다. '브레즈네프 독트린'으로 불린 '제한 주권론'은 수슬로프의 작품이었다.
동구권 위성 국가의 최종 결정권은 크렘린에 있다로 거칠게 요약할 수 있는 이 논리를 구체화하기 전 소련은 탱크를 앞세운 바르샤바 동맹군을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도 프라하에 밀어 닥치게 하였다.
얀 팔라흐의 분신 저항 등 체코슬로바키아 국민의 거세고 장렬한 비폭력 항쟁을 진압하여 프라하의 봄을 압살했다.
브레즈네프가 수슬로프 유체 앞에서 눈물을 뿌린 지 얼마 안 되어 그도 뒤를 쫓아갔다.
리펑과 장쩌민은 리펑 생전에 함께 점괘를 보았는데 같은 해에 죽는다고 나왔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이다.
어찌됐든 이제 장쩌민도 생의 마지막 순간을 향한 카운트다운 소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공산당 건국 후 제3세대 지도부의 원투 펀치 모두 역사의 마운드에서 강판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천안문 광장이 '유혈 청소'된 5 개월 뒤인 1989년 11월9일 베를린 장벽은 총성 한방 없이 함성과 맨손으로 무너졌다.
천안문 유혈 청소 30주년 바로 그 달인 6월이 지나가기도 전에 홍콩에서 '불티(星星支火)' 가 튀기 시작했다.
시작은 '범죄인 송환 조례 ' 반대였다. 그러던 것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퇴진 요구로 발전했고 '일국양제‘ 준수를 징검다리로 하여 민주 홍콩 주장으로 치달았다.
1989년 4월15일 후야오방 전 총서기의 갑작스런 사망을 추모하는 자연스런 대학생의 시위처럼 보였던 것에서 출발, 광장을 며칠 사이에 순식간에 메우고 그들의 구호에서 부패관리 타도의 목소리가 나오더니 리펑 총리 퇴진과 민주개혁 요구로 에스컬레이트하였다.
1989년 천안문 광장을 장악한 시위대가 천안문에 걸린 마오쩌둥의 초상화를 건드리는 것을 자제, 아니 반대했던 것처럼 홍콩 시위대도 한동안 중앙정부의 홍콩 연락사무소 청사와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사령부 본부 건물 그리고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기 오성홍기와 홍콩 주권을 반환받은 뒤 설치된 홍콩 특별행정구의 휘장 등은 건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금기도 깨어졌다.
송환조례 반대 시위 시작 2개월이 지난 8월 중순 현재는 '초원을 불태울' 기세다.
2019년 8월12일 홍콩 시위대는 홍콩 공황에 들이닥쳐 점거 농성을 함으로써 95년 만에 처음으로 홍콩 공항이 폐쇄되기에 이르렀다.
13일 새벽 공항은 다시 열렸으나 13일 밤 시위대의 농성의 재연으로 또 다시 홍콩 공항 폐쇄 조치가 내려졌다.
그리고 급기야 공항 농성자를 해산하려는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이 빚어졌다.
오디세이가 트로이 성문 앞에 세워 두었던 목마가 성문 안으로 들어 갔듯이 홍콩의 영국 식민지 마지막 총독 크리스 패튼의 '민주화 트로이 목마'가 홍콩 성문을 넘어 들어 온 것일 수도 있는 사태 전개다.
중국 중앙정부는 30년 전처럼 움직여왔다.
1989년 4월 무렵 중국공산당 보안 요원들은 천안문 시위 제1호 인물이 되는 왕단이 베이징 대학 교정에서 중국 사하로프 팡리즈(方勵之)의 부인 리슈셴(李淑嫺)과 함께 모임을 갖고 있는 것을 촬영해 놓았다.
팡리즈 부부는 천안문 유혈 진압 직후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으로 피신했다.
당시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는 주한 미국대사도 역임한 미국 CIA 간부 출신 제임스 릴리였다.
릴리 대사 보호 아래 1년 동안 미국대사관에 숨어지낸 팡리지 부부는 미중협상을 거쳐 해외로 망명 할 수 있었다.
30년 뒤 베이징 당국은 홍콩 주재 미국 영사관원들이 홍콩 민주파 인사들과 접촉한 장면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중국 당국은 30년 전 우리는 천안문 광장 시위대의 지도부 조직과 또 어떻게 시위를 이끌어 왔는지를 유리창 너머로 지켜보듯 파악해왔다는 점을 사태 진압 직후 밝혔다.
그리고 30년 뒤 홍콩에서 시위가 어떻게 시작되고 발전되어 왔는지도 역시 잘 안다고 말한 것이다.
이는 홍콩 버전의 천안문 진압을 경고하는 것이다.
홍콩 시위에 오랫동안 침묵하던 중국 중앙정부는 '범죄인 송환 조례' 반대 시위가 민주화 시위로 변하자 경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홍콩에 게엄령이 발동 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홍 콩 부근의 중국부대가 홍콩에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30년 전에 베이징에는 리펑과 양상쿤과 양바이빙 등 양가장 그리고 천시퉁 등 초강경파가 다수 지도부에 포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위에는 단호한 결단력과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태상황적 존재 덩샤오핑이 군림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9년 8월 시진핑은 결코 덩샤오핑이 아니다.
시진핑 휘하의 인민해방군 지휘관 중에 '양가장'이 있는지 여부가 의심스럽다. 그리고 리커창 역시 공산 중국의 마지노선을 자임한 리펑과는 결이 다르다.
현재 베이다이허에서 시진핑 총서기를 비롯한 중국 전현직 최고 지도부는 회의를 하고 있다.
그들은 무슨 방안을 내놓을까.
어느 날 밤의 날벼락처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지 30주년이 되는 기념일은 채 3개월도 남겨 놓지 않고 있다.
홍콩은 그날도 무사히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갈까.
'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라는 마오쩌둥의 경구가 30년 전 베이징에서 대를 이어 작동된 것처럼 홍콩에서도 재현될까.
아니면 조급함과 기대 그리고 실수와 착오가 복합 연쇄 반응을 일으켜 '샤보프스키 모멘텀' 효과를 증폭시켜 홍콩에서 1989년 베를린에서 일어났던 것과 같은 역사의 핵융합 사태가 벌어질까.
2019년도 1979년 6월 베이징에서 그리고 11월 베를린에서 역사를 만들고 써내려갔듯 역사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유턴일지 도약일지 아니면 어정쩡한 것이 될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스위프트-류야저우-버크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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