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궈펑의 ‘탈당’과 천두슈의 ‘출당’ (2) ▶화궈펑의 ‘탈당’과 천두슈의 ‘출당’(1) 2001/11/13 12:08 천두슈는 삼국지의 조조(曹操)를 배출한 안후이(安徽)성 출신이다. 내년 16대에서 공산당 당수격인 총서기로 선출될 것이 거의 확실한 후진타오(胡錦濤)와 동향이다. 후진타오가 총서기로 선출되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안후이성은 창당 이후 13명 당수 중 모두 3명을 배출하는 셈이다. 후난(湖南)성, 장쑤(江蘇)성과 함께 가장 많은 당수를 배출한 성이 된다. 천두슈, 후진타오 외에 ‘28인의 볼셰비키’의 리더로 마오쩌둥과 노선 투쟁을 벌였던 왕밍(王明) 역시 안후이 성 출신이다. 후난성 출신은 마오쩌둥, 리리산(李立三), 후야오방이다. 장쑤성 출신은 현 총서기인 장쩌민과 취추바이(瞿秋白), 보구(博古)이다. 허난(河南)성이 장원톈(張聞天)과 자오쯔양 등 2 명을 배출했으며 허베이(河北)성이 샹중파(向忠發), 산시(山西)성이 화궈펑 등 각각 1명씩을 배출했다. 장쩌민의 원적이 안후이 성인 점을 감안하면 공산당 당수를 가장 많이 배출한 성은 단연 안후이성이 된다. 이처럼 안후이성과 연관을 맺고 있는 4명의 당수와 예비 당수들은 모두 당대의 최고 교육을 받은 지식인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예비 당수인 후진타오는 베이징(北京)대와 쌍벽을 이루는 칭화(淸華)대를 나왔으며 장쩌민 역시 상하이의 명문 대인 자오퉁(交通)대를 졸업했다. 본명이 천샤오위(陳紹禹)인 왕밍은 현재 우한(武漢)으로 이름이 바뀐 후베이(湖北)성 성도 우창(武昌)의 중화(中華)대학에서 공부를 하다 모스크바의 중산(中山)대학에 유학을 했다. 안후이성 출신 당수 중에서도 가장 높은 지식 수준을 갖춘 이를 꼽으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이 바로 천두슈이다. 아니 역대 12명의 공산당 당수 중에서도 그는 가장 출중한 지적 소양을 갖고 있다. 그는 당대 최고의 지식인 중의 한 사람이다. 천두슈는 소년 시절 저장(浙江)성의 한 서원에서 전통교육을 받던 중 일본에 유학, 속성 사범학교를 졸업했다. 일본 유학 뒤 프랑스로 건너가 학업을 계속했다. 중국 공산 혁명 지도자 중 사범학교를 졸업했다는 점에서 마오쩌둥과 같고 프랑스 유학의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는 저우언라이와 덩샤오핑과 같은 배경을 지니고 있다. 귀국 후 안후이성 고등학당(高等學堂)의 교무장(敎務長)으로 있던 중 1917년 베이징대 총장 차이위안페이(蔡元培)의 초청에 의해 베이징대 문과대학장이 된다. 이보다 한해 전인 1916년 상하이에서 ‘신청년(新靑年)’이란 잡지를 창간, 서방민주주의 사상을 소개하는 활동을 하던 그는 베이징대 문과대학장으로 있으면서 문과대학 교수인 후즈(胡適)와 함께 백화(白話)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신청년’ 기고를 통해 유교를 배척하고 혁명을 고취하는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였다. 천두슈의 이러한 ‘문학혁명’ 활동은 1919년 ‘5ㆍ4 운동’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다. 천두슈는 5ㆍ4 운동 이후 학자의 길을 벗어나 직업 혁명가로 변신한다. 1921년 7월 코민테른(제 3 인터내셔널)에서 파견한 마린의 지도 하에 중국 공산당 제 1차 전국대표대회(1대)가 열렸는데 천두슈가 당수인 중앙서기에 선출된 것이다. 마르크시즘에 대한 이론적 소양과 명성 때문이었다. 초기 중국 공산당은 코민테른에 의해 주도되었다. 하지만 천두슈는 이러한 코민테른의 지시에 마지못해 따라가는 입장이었다. 중국 공산당은 코민테른의 지시에 의해 1922년 국민당과 합작했지만 천두슈는 국공합작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코민테른과의 이 같은 갈등은 결국 1929년 파탄을 맞는다. 1927년 4월 29일부터 5월 9일까지 열린 5대에서 천두슈는 중앙 총서기와 조직부 주임에 선출되었다. 국민당 우파의 지도자로 국민당 정부의 군권을 장악한 장제스(蔣介石)가 국민당 내 공산당의 숙청을 본격화한 가운데 열린 이 당 대회에서 중국 공산당은 국민당 좌파와 손을 잡고, 국공합작을 존속시키려 했다. 하지만 같은 해 7월 15일, 왕자오밍(汪兆銘)이 이끄는 국민당 좌파의 우한(武漢)정부 역시 공산당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천두슈는 이러한 사태발전의 모든 책임을 뒤집어썼다. ‘우경 투항주의’, ‘기회주의자’라는 비판이 그에게 쏟아졌다. 코민테른은 국공합작이 물 건너 간 것이라고 판단, 취츄바이(瞿秋白)으로 하여금 ‘8ㆍ7 회의’를 소집하게 하여 천의 모든 직책을 박탈한다. 코민테른의 조종을 받은 당 중앙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천은 분노, 코민테른의 모스크바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 1929년 11월 15일 중국 공산당은 초대 당수였던 천두슈의 당적을 박탈하고 만다. 당 중앙의 ‘도시 폭동정책’을 반대하였다는 이유에서 였다. 천두슈는 1929년 12월 10일 ‘전 당원에게 고함’이란 글을 통해 소련의 중국 공산혁명 활동 지도가 잘못되었다고 조목조목 비판하고 또 당시 당 중앙의 착오를 맹 비난했다. 이로 인해 ‘분파분자’로 낙인찍힌 천두슈는 상하이에서 숨어 지내며 당 지도권을 회복하려 나름대로 노력을 했으나 세력이 결집되지 않아 실패하고 만다. 1933년 체포되어 감옥에 갇혀있다 1939년 출옥했다. 쓰촨(四川)성에 은거하던 그는 죽음을 앞두고 영미식 민주주의를 찬성하고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사상 전향을 했다. 간략하게 살펴 본 천두슈의 일생이다. 천듀슈는 마르크시즘을 가장 정통적으로 받아들인 인물이었다. 이런 점에서 그는 그와 비슷한 시기에 공산주의를 중국에 소개한 리다자오(李大釗)와 대비된다. 역시 베이징대 문과대학 교수로 있다 공산당 창당 주역으로 활약한 리다자오는 레닌의 제국주의론에 심취했다. 리다자오가 ‘반서구적’인 것에 강조점을 둔 반면 천두슈는 ‘서구화’에 초점을 둔 것이다. 1927년 군벌 장쭤린(張作霖)군대에 의해 교살당한 리다자오의 제자 중에 마오쩌둥이 있다. 리다자오는 죽을 때까지 코민테른의 이론적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베이징대 도서관 주임을 겸하고 있던 그 밑에서 사서로 일했던 마오쩌둥은 레닌의 제국주의론에 기반한 반서구 지향의 리다자오의 노선을 중국상황에 맞게 변용, 발전시킨다. 레닌이 마르크시즘을 러시아 상황에 맞게 변용한 것처럼 말이다. 천두슈가 레닌주의에 기반을 둔 코민테른과 마찰을 빚은 것은 그의 이론적 입지로 볼 때 당연한 것이었다. 중국 공산당의 지도 이념이 ‘코민테른의 노선’을 넘어 보다 더 ‘반 서구적’인 마오쩌둥의 농민중시 전략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천두슈의 이론이 자리잡을 공간은 더더욱 없었다. 말년의 사상전향은 ‘서구화’에 집착한 그로서는 불가피한 ‘탈출구’였다. 중국의 ‘플레하노프’ 천두슈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천듀슈는 러시아의 플레하노프의 비극을 연상시킨다. 마르크시즘을 러시아에 소개, ‘러시아 공산주의의 아버지’라는 말을 들었던 플레하노프는 레닌의 볼셰비즘에 끝까지 반대하였고 러시아 10월 혁명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레닌에 의해 변용된 마르크시즘이 아니라 정통적이며 서구적인 마르크시즘에 집착했기 때문이었다. ‘반서구적’인 마오노선은 중국 대륙을 석권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문화대혁명참담한 경험과 덩샤오핑의 개혁ㆍ개방을 거치면서 중국 공산당은 마침내 '서구적인’ 사회민주주의 이념을 채용하려는 단계까지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오 노선의 적자임을 자부하는 화궈펑이 ‘탈당’을 선언했다. 중국 공산당 초창기 천두슈의 ‘서구파’와 리다자오의 ‘반서구파’간의 노선 투쟁은 1935년 1월 대장정 기간 중 개최된 ‘준이(遵義)회의’에서 일단락되었다. 리다자오의 제자인 마오쩌둥의 노선이 채택됨으로써 ‘반서구파’가 승리한 것이다. 그러나 세기가 바뀌어진 지금 ‘서구파’와 ‘반서구파’는 역사적인 리턴매치를 벌이려하고 있다. 천두슈의 ‘출당’과 그의 몰락이 ‘서구파’의 패배를 상징한 것이라면 화궈펑의 ‘탈당’은 서구 지향 노선이 상황 변화에 따라 오랜 동면에서 깨어나 부활의 몸짓을 하고 있는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차이나워처> <계속> ▶화궈펑의 ‘탈당’과 천두슈의 ‘출당’ (3ㆍ끝) 2001/11/23 17:21

▶ 2001/11/19 2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