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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歷단상-5월20일] 총구 권력 창출론과 당 총구 통제론
1989년 5월20일 늦은 밤 중국 국무원 총리 리펑은 비장한 표정으로 중국 전역에 생중계되는 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에 의거, 베이징 일원에 계엄령을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공산중국 수립 후 수도 일원에 계엄령이 선포되기는 처음이었다.
이러한 역사적 순간임을 의식, 리펑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고 흰 눈자위에는 핏발이 선 것처럼 보였다. 아니 그렇게 느껴졌다.
리펑 옆에는 국가주석 겸 당 중앙군사위 부주석인 양상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당 총서기 자오쯔양과 중앙군사위 주석 덩샤오핑의 모습은 그 자리에 없었다.
당의 최고 수장과 군권의 우두머리가 모두 안보이는 것이다.
그러니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총구는 당에 의해 지배되어야 한다'라는 마오쩌둥의 경구는 완전하게 작동된 것이 아니었다.
다음날 베이징으로 진입한 인민해방군은 천안문 광장을 장악해온 대학생과 시민의 인간띠로 차단됐다.
'총구 권력 창출론'이 '인민의 군대는 인민에게 총을 쏘지 않는다'라는 신성불가침한 것처럼 간주되는 또 다른 경구로 위기에 빠진 것이다.
모든 것을 뚫을 수 있는 창과 어떠한 창이라도 막아낼 수 있는 방패 간, 모순(矛盾) 사이에 고르디우스 매듭이 조여진 것이다.
하지만 계엄령 발표 보름 뒤인 이해 6월4일 밤 베이징을 에워싸고 있던 중무장 군대가 천안문 광장에 진입, 광장을 피로 물들인 가운데 이를 장악했다.
천안문 광장이 확실하게 장악된 뒤 덩샤오핑이 TV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인민해방군을 격려했다. 85세 노인의 목소리는 카랑카랑했고 그는 여전히 중앙군사위 주석이었다.
그리고 자오쯔양 총서기는 총서기 직에서 해임됐다.
결국 고르디우스 매듭을 칼로 베어낸 알렉산더 대왕의 역할을 한 이는 덩샤오핑 자신임을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었다.
이로써 '총구 권력 창출론'이 확인되었다.
그로부터 3년5개월 뒤인 1992년 10월 중국공산당 14차 전당대회에서 군권의 최고실세 양상쿤과 양바이빙 형제가 실권하였고 당 총서기 겸 군사위 주석 장쩌민이 우뚝 섰다. 당과 군권의 최고수장이 명실상부한 정점에 자리 잡은 것이다.
물론 이는 최고 실권자 덩샤오핑의 설계와 조종 아래 이루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의 총구 통제론'이 곡절 끝에 작동된 것이다
공산중국 차원의 '시빌리언 컨트롤'이 완성된 것이다.
바로 한해 전 1991년 12월 무너진 소련은 그해 8월 소련 군부가 주동한 쿠데타를 겪었으나 쿠데타로 무너지지 않고 공산당 시스템에 의해 스스로 안락사하는 절차를 밟았다.
소련은 자체 버전의 문민통제를 가슴에 끌어안고 숨을 거둔 것이다.
시진핑 시대에 이르기까지 공산중국의 문민 통제는 여전히 잘 작동되고 있다.
<스위프트-류야저우-버크왈드>
류동희 차이나워치 대표 2019년 5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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