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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胡錦濤시대]화호점정 (畵胡點睛)(1)
-생일 잔치를 하지 말 것(不做壽).
-축하연회를 열지 말 것(不祝酒).
-자신의 이름을 따 지명을 바꾸지 말 것(不以人名作地名).
-살아 있는 사람의 동상을 세우지 말 것(活人不上舞臺).
1949년 베이징(北京) 입성을 앞둔 마오쩌둥(毛澤東)이 업무협의를 위해 중국 공산당의 최고 사령부가 설치된 시바이포(西栢坡)를 찾아 온 보이보(薄一波)에게 했다는 마오쩌둥의 '약법(約法)'의 몇 대목이다.
보이보는 1991년 펴낸 '중요한 결정과 사건에 대한 회고(若干重大決策與事件的回顧)'에서 마오쩌둥이 자신과 만났을 때 궈모루(郭沫若)가 쓴 '갑신삼백년제(甲申三百年祭)'를 언급하면서 "우리는 리즈청(李自成)처럼 베이징에 들어선 뒤 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적고 있다.
리즈청은 1644년 베이징에 입성, 명의 마지막 황제 숭정제(崇禎帝)를 자살케 하였으나 만주군의 원조를 받은 오삼계(吳三桂)군의 진공으로 패퇴하고 결국 피살되고 만 명(明)말의 농민 반란 지도자이다.
'성공한 농민 반란의 지도자'로 자신의 역사적 위상을 자리매김한 마오쩌둥은 '농촌으로 도시를 포위한다'는 자신의 전략의 최종적 승리를 상징하는 베이징 입성을 앞두고 보이보를 비롯한 당 간부들에게 강조한 것이 바로 '리즈청의 전철을 밟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는 '불(不)'자로 시작되는 '약법'을 준수할 것을 지시하는 한편으로 당 간부들에게 승리에 도취되어 자만하거나 향락을 추구한다던가, 군중과 유리되는 일이 없도록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
마오쩌둥의 이러한 지시들과 담화내용은 1949년 3월 5일 시바이포에서 개최된 중국 공산당 7기2중전회에서 문건으로 정리되어 전 당이 준수해야할 규정으로 채택되었다.
시바이포는 중국 공산당의 성지
베이징(北京)에서 남서쪽으로 272km 떨어진 시바이포는 옌안(延安)과 더불어 중국 공산당의 '성지(聖地)' 중의 성지로 꼽히는 곳이다.
이 곳은 마오쩌둥이 1949년 3월 23일 베이징에 입성, 샹산(香山)에 사령부를 설치하기 전 중국 공산당의 최고 지휘부가 있었던 곳이다. 중국 공산당의 마지막 농촌 지휘부인 셈이다.
1947년 5월 류샤오치(劉少奇)와 주더(朱德)가, 1948년 4월에는 저우언라이(周恩來)와 런비스(任弼時)가, 그리고 1948년 5월에는 마오쩌둥이 이 곳에 들어와 작전을 지휘하였다.
이 곳에서 마오를 비롯한 중국 공산당의 최고 지도부는 '랴오선(遼審)' 핑진(平津)', 그리고 '화이하이(淮海)' 등 3대 전역(戰役)을 지휘, 승리를 거둠으로써 중국 대륙 석권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후진타오가 시바이포에 간 까닭은
지난 해 11월 16대를 통해 중국 공산당 총서기에 선출된 후진타오(胡錦濤)는 12월 6일 이 곳을 찾았다. 그리고 연설을 했다.
총서기로서의 첫 공식행사였고 또한 총서기로서의 첫 연설이었다. 이 상징적 행동을 통해 후진타오는 자신에게 최고 직위를 넘겨 준 장쩌민(江澤民)도 아니고 자신을 장쩌민의 후계자로 낙점한 덩샤오핑(鄧小平)도 아닌 오랫동안 소외되어 왔던 마오쩌둥을 상기시켰다.
연설의 제목은 '간고분투(艱苦奮鬪)의 우량한 기풍을 계속 발휘하고 샤오캉(小康) 사회 전면 건설이라는 크고 위대한 목표 실현에 노력하자(堅持發揚艱苦奮鬪的 優良作風 努力實現全面建設小康社會的宏偉目標)'이다.
이 연설 내용은 16대에 차기 지도부의 정책 목표로 제시된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 건설'을 실현하기 위해서 '마오쩌둥의 초심으로 돌아가자'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물론 이 연설에서 '덩샤오핑의 이론'과 장쩌민의 '3개 대표론'을 실천하자고 강조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기조는 마오쩌둥을 부각시키는 데 있었다.
마오쩌둥과 관련이 깊은 시바이포를 찾았으니 만큼 이는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후진타오가 마오쩌둥을 부각시키지 않을 수 없는 시바이포를 자신의 첫 공식행사의 무대로 선택한 것은 자못 의미가 심장하다.
후진타오는 중국 공산당 7기 2중전회에서 채택한 마오쩌둥의 '시바이포 강화(講話)'의 정신을 두 문귀로 요약했다.
그 것은 '단결일치(團結一致)'와 '간고분투(艱苦奮鬪)' 였으며 보다 중시한 것은 후자였다. 그는 이 연설에서 무려 60여 차례나 '간고분투'를 언급했다.
후진타오는 '간고분투'의 정신이 공산 정권 성립 이후 견지되어 왔고 또한 개혁 개방 이후에도 덩샤오핑과 장쩌민에 의해 강조되어 왔음을 역설했다.
그 정신의 바탕 위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오늘의 성취를 이룩했다고 평가하고 베이징 입성 전 마오쩌둥이 강조했던 바와 같은 '겸허하고 근신하며 교만하지 않고 들뜨지 않는 기풍'을 계속 견지해 줄 것을 당의 간부들에게 역설한 것이다.
후진타오 연설 내내 끊임없이 '간고분투'를 강조한 것은 현재의 중국 공산당이 이러한 정신을 상실해 가고 있음을 통렬하게 지적한 것이다.
개혁 개방 이후 중국 공산당 간부들의 부패는 날로 심각해 지고 있다. '총체적 부패공화국(ROTC : Republic Of Total Corruption)'이란 말이 나오고 전 당 주석 화궈펑(華國鋒)이 '과거 국민당과 다를 바가 무엇이 있느냐'라는 질타를 들을 정도에 이르렀다.
개혁 개방 시대의 슬로건인 '선부론(先富論)'은 빈부격차를 심화시켜 사회주의 국가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상황에 빠졌다는 지적을 받은 지 이미 오래다.
또한 당 간부는 대다수 국민과 유리된 특권집단으로 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제 더 이상 비난으로 들리지 않는다.
후진타오 자신도 이 연설에서 배금주의, 향락주의와 사치풍조가 당 간부들 사이에 만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후진타오가 부패와 기강 해이를 경고하기 위해서 시바이포를 찾았다고 보이지 않는다. 후진타오의 '시바이포 강화'는 연설이 있은지 4주가 지난 뒤인 올해 1월 2일에서야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현재 장쩌민을 비롯한 당권파가 후진타오의 '시바이포 강화'가 갖는 정치적 함의를 꼼꼼하게 살펴 보았음을 추측하게 한다.
덩샤오핑의 유명한 '남순강화(南巡講話)' 역시 선전특구보 등 지방 언론에 공개된 지 1개월 여가 지난 뒤에서야 인민일보와 같은 중앙 언론에 보도되었다.
후진타오의 '시바이포 강화'의 '지각 공개'를 당권파가 반발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고 또 이를 시사하는 어떠한 보도도 나온 바 없다.
하지만 후의 '시바이포 강화'가 상하이방으로 통칭되는, 장쩌민 중심의 당권파와 사전 조율을 충분히 거치기 않은 '후진타오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것이라는 점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후진타오가 시바이포를 찾은 것은 바로 마오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킴으로써 전임자와 자신을 뚜렷하게 차별화 하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그는 장쩌민의 단순한 승계자가 아님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또한 16대를 전부터 시도돼 온 '덩샤오핑 노선'의 발전적 극복 문제에 대한 자신의 방안도 내비치려 한 것 같다.
'덩샤오핑의 노선'의 발전적 극복은 그의 사후 현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 의해 꾸준히 모색되어 왔다.
장쩌민이 3개 대표론을 통해 '우(右)경사의 극복'을 시도했다면 후진타오는 '시바이포 강화'를 통해 '좌(左)'경사의 극복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장쩌민과 함께 3세대 지도부의 한 축을 이루며 그와 협조와 대립관계를 형성했건 주룽지(朱鎔基)는 '균부론(均富論)'의 입장에서 이미 후와 비슷한 시도를 해왔다. 하지만 주룽지가 의지했던 '균부론'은 덩의 남순강화에서도 언급됐었다.
마오의 최대 정치적 피해자였던 한 사람인 주룽지가 덩샤오핑의 이론의 틀 안에서 개혁 개방으로 야기된 부의 불균형과 부패 문제를 해소하려 했다면 후진타오는 덩의 틀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마오를 부각시킴으로써 보다 뚜렷하게 장쩌민과 자신을 차별화하고 있는 셈이다.
개혁개방의 부정적 유산을 해소한다는 목표를 강조하기 위해 후진타오가 동원한 상징은 그러나 무소불위의 '황제'로 군림하며 문화대혁명을 통해 극단적인 평등주의를 추구했던 '베이징의 마오쩌둥'이 아니다.
승리에 교만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권력을 잡은 뒤 민중과의 유리를 경계했던 '시바이포의 마오쩌둥'이었다.
물론 이러한 후진타오의 의도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피력되고 있다. 앞서 살핀 바와 같이 그는 '간고분투'의 정신이 덩샤오핑과 장쩌민에 의해서 강조되어 왔음을 강조했다.
강화의 끝 대목에서는 '덩샤오핑의 이론의 위대한 기치를 높이 들고 3개 대표론의 중요사상을 전면적으로 관철하자'고 말하고 있다.
이 것이 단순히 후계자 시절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소심익익(小心翼翼)'의 자세를 총서기가 되서도 못버린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거기에는 전임자의 배척이 아니라 극복하자는 뜻이 내포되어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후진타오의 '시바이포 강화'는 극단적 평등을 강조한 마오 노선과 생산력 증대를 위해 경제적 자유를 보다 강조했던 덩 노선과의 변증법적 융합이라는 보다 큰 차원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내릴 수도 있다.
후진타오는 '시바이포의 마오쩌둥'을 강조한 것이 맹목적인 '마오 정신'으로 회귀가 아님도 분명히 했다. 그는 '시바이포 강화'에서 '간고분투'의 강조가 청교도 식의 생활태도, 혹은 고행하는 승려의 자세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합리적 물질적 이익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시구진(與時俱進)'의 구현이다.
후진타오의 '시바이포 강화'는 그의 정치적 비전에 대해 의문을 지녀왔던 많은 이들을 향해 '점정(點睛'의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가 그린 눈은 1949년 공산 중국 성립 전야의 '시바이포의 마오쩌둥'을 향하고 있다.
공산 중국의 이념적 기초이면서도 문화대혁명으로 말미암아 개혁개방 추진과정에서 소외되어 왔던 '평등 실현'의 문제를 차기 지도부의 주요 역점 과제로 후진타오는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의 건설'이라는 16대가 채택한 정책 기조와 합치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전임자의 노선을 승계하는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전면적 샤오캉'의 '상징'으로 개혁 개방이 이후 '박제된 창업자' 신세였던 마오쩌둥을 부각시킴으로서 그는 장쩌민은 물론 덩샤오핑을 극복한 차별된 '자신의 모습'을 그리려 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차이나워처·계속>
▶[胡錦濤시대]화호점정(畵胡點睛) (2)
▶[胡錦濤시대] 화호점정(畵胡點睛)(3·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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