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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胡錦濤시대] 화호점정(畵胡點睛)(3·끝)
▶[胡錦濤시대]화호점정 (畵胡點睛)(1)
▶[胡錦濤시대]화호점정(畵胡點睛) (2)
지난해 11월 총서기에 선출된 이후 후진타오(胡錦濤)의 행보는 '개체 발생은 계통 발생을 되풀이 한다'라는 독일 진화론자 헤켈(Ernst Heinrich Hacckel)의 이론을 연상시킨다.
앞서 살핀대로 후진타오는 총서기 선출 이후 첫 방문지로 시바이포(西栢坡)를 찾았다. 공산 중국을 세운 마오쩌둥(毛澤東)의 가장 순수한 정신이 배어있는 곳이다.
최고 지도자로서의 원년의 첫 날을 소수민족인 몽골족의 주거지인 파오 안에서 보냈다. 이는 마오의 노선에 도전한 반골이었으며 또한 덩샤오핑(鄧小平)의 단순한 추종자가 아니었던, 그래서 공산 중국의 정치노선의 제3의 계통을 상징하는 후야오방(胡耀邦)의 소수민족 중시 정신을 체현한 것이었다.
국가주석으로 선출된 이후인 4월 중순 그는 광둥(廣東)성을 시찰하고 홍콩의 행정장관 둥젠화(董建華)를 만났다. 덩샤오핑과 장쩌민(江澤民)으로 이어지는 개혁개방 노선이 점화, 확산되는 지역으로의 순례라는 의미가 있다.
후진타오는 제 4세대의 최고지도자로서의 자신의 독자적 모습을 보이기 전에 이처럼 공산 중국 성립이래 정반합의 변증법적 발전 과정 겪어온 3계통의 노선을 상징하는 '성지'를 모두 순례했던 것이다.
후진타오의 남순의 후폭풍
북부에서 정치적 지배권을 새롭게 획득한 지도자가 경제의 중심지인 남부 지역을 시찰하는 이른바 '남순(南巡)'은 왕조 시대로부터의 관행이었다.
공산 중국에서 이러한 관행은 이어졌다. 그리고 왕조 시대 때와는 다른 한 가지 특징이 덧붙여 졌다. 최고 지도자의 '작심한' 남순은 심각한 정치적 후폭풍을 불어 일으킨다는 것이다.
1965년 11월부터 1966년 7월까지의 마오쩌둥의 남순은 문화대혁명이라는 10년 동란의 전주였다.
1992년 1월 18일부터 2월 21일까지의 덩샤오핑의 남순은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 수립과 강경 보수파 청산이라는 정치, 경제적 대변혁의 출발점으로 역사에 자리매김되었다.
중국 공산당이 ▲선진 생산력의 발전요구(先進生産力的發展要求) ▲선진문화의 진전방향(先進文化的進展方向)▲가장 광대한 인민의 근본이익(最廣大人民的根本利益)을 대표해야 한다는 장쩌민의 '3개 대표론' 역시 2000년 2월 장쩌민의 남순에서 처음 발표됐다.
장쩌민의 이 남순 역시 혁명적인 노선 변화와 전면적인 세대교체라는 정치적 후폭풍을 일으켰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후진타오의 남순 역시 정치적 후폭풍을 일으켜
후진타오의 남순 역시 이러한 전례를 되풀이하고 있다. 홍콩, 광둥 등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창궐지역을 돌아보고 실태를 파악한 뒤 베이징(北京)에 돌아 온 후진타오는 4월 17일 당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소집했다.
이 회의 이후 당 중앙은 사스에 관한 정보 공개를 지시했다. 그리고 3일 뒤 엄청난 정치폭풍이 베이징 정가를 휘몰아쳤다.
장원캉(張文康) 국무원 위생부장과 멍쉐눙(孟學農) 베이징 시장이 해임된 것이다. 당 중앙이 이들이 보유하고 있던 당직을 박탈함으로써 이들의 정치적 생명을 끊어 버린 것이다.
장원캉은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재임명된 지 한달 남짓만에 해임되었으며 멍쉐눙은 시장에 정식 선출된 지 3개월 하루만에 시장 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상하이(上海) 인민해방군 제2 군의(軍醫)대학 부교장(부총장) 겸 훈련부장 출신인 장원캉은 장쩌민과의 인연이 1980년 중반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오랜 동안 장쩌민의 주치의로 활약해왔던 그는 '어의(御醫)'로 불릴 정도로 장쩌민의 각별한 신임을 받았던 인물이다.
멍쉐눙은 누구인가. 장원캉이 전임 최고 지도자 장쩌민의 측근이라면 멍쉐눙은 현 최고 지도자 후진타오의 오른팔의 한 사람이다.
올해 53세인 멍쉐능은 후진타오가 공청단 제1서기 시절 직접 수하 데리고 있던 인물이었다. 베이징 시장은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직책이기 때문에 멍쉐눙은 5세대 최고지도자 후보의 한 사람으로 주목받았던 인물이다.
장원캉의 후임은 뜻밖에도 위생분야와 무관한 부총리 우이(吳儀)였다. 그녀는 전임 총리 주룽지(朱鎔基) 계통에 속하는 인물이다. 멍쉐눙의 후임은 하이난(海南)성 서기인 왕치산(王岐山)이다. 태자당에 속한다. 중요한 것은 후진타오에게도, 그렇다고 장쩌민의 파벌에 속하는 인물도 아니라는 점이다.
이 인사는 결국 지난해 11월 16대를 통해 골격을 마련하고 올해 3월 전인대를 통해 살을 붙인 '제4세대의 지도체제'가 출범 한달만에 그 밑면에서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시사이다.
'제4세대 지도체제'는 장쩌민과 후진타오 세력간의 타협에 의해 양 세력이 균형을 이루는 연립정부의 성격이 강했다. 그런데 장원캉과 멍쉐눙이물러난 그 자리를 권력재편 과정에서 소외되었던 주룽지 계열의 인사와 태자당(太子黨) 계열의 인사가 채운 것이다.
'호두강육(胡頭江肉)'으로 표현할 수 있는 4세대 출범 초의 권력지도가 원점부터 다시 그려지려 하고 있다는 추측을 갖게 하는 의미심장한 변화이다.
후진타오가 후폭풍을 주도
후진타오는 광둥 시찰 중 광저우(廣州)시의 가장 번화가인 베이징(北京)로를 방문했다. 전염을 무릅쓴 현지 시찰이었다. 후진타오의 이 같은 행동은 마오쩌둥이 건강을 과시하기 위해 양쯔강을 헤엄쳐 건너고 덩샤오핑이 88세의 노구를 이끌고 선전, 주하이, 우창, 상하이 등을 강행군 한 것을 연상시킨다.
물론 이번 인사를 두고 사스 확산이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루어진 것이지 마오와 덩이 기획한 것과 같은 정치태풍의 단초로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장쩌민이 군사위 주석 직을 끝내 물려주지 않고 핵심 요직에 능력 면에서 문제가 있거나 또한 부패 문제에 연루된 자신의 측근들을 심어놓은 사실에서 이제 '황태자'의 불안한 신분에서 벗어난 후진타오가 과거 마오와 덩이 느꼈던 것과 같은 불만을 상하이방에 느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구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취임 초기에 발생한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이라는 미증유의 재앙을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로 상징되는 자신의 개혁 정책을 추진하는 동인으로 활용했다.
또한 서독 10대 청년이 경비행기를 몰고 붉은 광장에 착륙한 사건을 보수파의 성채인 군부를 대거 물갈이하는 명분으로 삼았다.
사스 확산은 미증유의 재앙이라는 점에서 체르노빌 사태와 비슷하다. 모스크바의 한 복판이 뚫린 것처럼 베이징 역시 사스 확산에 한동안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었다.
따라서 후진타오는 사스를 계기로 마오와 덩, 그리고 장쩌민이 그랬던 것처럼 '작심하고' 정치적 공세를 전개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한 분석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멍쉐눙은 말할 것도 없고 장원캉 마저도 속죄양이다. 그들은 사스 상황을 은폐했다는 책임이 추궁되었지만 불리한 정보의 통제는 개혁 개혁 개방 이후에도 견지돼왔던 신성 불가침의 관행이었다.
마오는 "물도 튕겨내고 바늘도 통과하지 못하는 독립왕국" 베이징의 관료주의를 공격했다. 덩은 계획경제 체제로의 역류에 제동을 걸었다. 장쩌민은 보수파의 이념적 마지노선인 계급개념의 타파를 겨냥했다.
후진타오 역시 현재의 개방 수준과 결코 양립할 수 없는 비밀주의와 정보통제라는 공산중국의 또 다른 신성 영역에 도전하고 있는 셈이다.
후진타오에게서 조조의 그림자를 본다
중화권 언론은 후진타오가 자신의 측근인 멍쉐눙을 해임한 것을 두고 삼국지의 제갈공명(諸葛孔明)이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마속(馬謖을 벤 것에 비유했다.
공명이 '휘루참마(揮淚斬馬: 눈물을 흘리며 마속을 베다)'한 것처럼 후진타오는 '눈물을 뿌리며 멍쉐눙을 해임했다는 식이다. '휘루참맹(揮淚斬孟)' 신조어가 만들어질 판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를 두고 필자에게는 자신의 지시를 어김없이 따른 충직한 부하를 비정하게 참한 조조(曹操)가 연상된다. 조조는 한 성을 공격하던 중 식량 부족 상황에 처했다는 보고를 받자 병졸들에 대한 매일 매일의 식량제공을 줄일 것을 지시했다.
배를 곯게된 장졸들의 불만이 폭발일보 직전에 이르자 조조는 그 식량담당관을 불러 "자네의 목을 빌려야겠다"고 통보한다. 자신의 명령을 충실하게 쫓았던 그 식량담당관을 식량 착복 혐의를 뒤집어 씌어 처형한 것이다.
그의 목과 '날조된' 죄상을 진중에 게시, 불만이 쌓여 사기가 떨어진 장졸의 여론을 반전시킨다. 충직한 식량담당관이 아껴두었던 식량을 전부 풀어 사기를 돋군 뒤 여세를 몰아 성을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사실 멍쉐눙은 억울하다. 사스 확산의 책임은 위생부장인 장원캉이 전적으로 져야지 그에게는 도의적 책임 외에는 물을 게 없다. 또한 그가 전인대와 정협 개최를 앞두고 사스 발생 사례를 숨겼다고는 하나 당시까지만 해도 그 병의 위험성은 어느 누구도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했다.
치사율, 전염속도에 관해 위생부장이 잘 못 보고했다면 멍쉐눙으로서는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3월초는 그는 시장에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었다.
멍쉐눙의 해임은 상하이방이라는 대마(大馬)를 포위하기 위한 희생의 수이다. 멍쉐눙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억울하고 비정하기 그지없는 조치였을 것이다.
후진타오는 공명을 쫓은 것이 아니라 그의 고향 안후이(安徽)성 출신의 조조를 따랐다는 것이 적절한 비유일 것이다.
'부드러운 미소 속의 강철의 이빨'을 지녔다는 고르바초프처럼 부드러운 외모의 후진타오에게서 최고 권력자로서의 비정함이 느껴진다. 그 비정함은 과단성과 함께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후진타오는 시장(西藏)자치구(티베트) 서기 시절, 티베트인들의 독립 시위를 철모를 쓰고 선두에 나서 조기에 진압한 전력이 있다. 이번의 비정한 인사 역시 웬만한 과단성이 없다면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남순을 통해 후진타오는 최고 지도자로서의 자신의 얼굴을 그리는 일을 마친 듯하다. 시바이포 강화와 파오를 통해 장쩌민과의 노선 상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남순을 통해 최고지도자로서의 과단성과 마키아벨리즘을 보여주었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의 고사성어는 벽화 속의 용에 마침내 눈동자를 그려 넣자 용이 벽을 뚫고 나와 승천을 했다는 내용이다.
남순을 통해 최고지도자로서의 '점정'을 끝낸 후진타오의 모습은 겸손하고 고분고분하기만 한 황태자의 모습이 아니다. 과단성이 있는 최고 지도자의 모습, 그 자체이다.
진정한 최고지도자로서의 승천이 성취될 때까지 태풍은 계속될 조짐이다. <차이나워처·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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