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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胡錦濤시대]화호점정(畵胡點睛) (2)
▶[胡錦濤시대]화호점정 (畵胡點睛)(1)
2003년 새해 초 후진타오는 영하의 혹한을 무릅쓰고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의 가장 빈한한 마을을 방문했다.
후진타오가 몽골족의 전통 복장을 입고 그들의 전통 가옥인 파오 안에서 현지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중국의 언론 매체를 통해 곧바로 보도되었다.
올해는 후진타오의 총서기 취임 원년이다. 그 원년 첫 행사로 그는 소수민족 거주지로 가장 빈한한 지역을 찾았다. 후진타오의 이러한 행보가 갖는 정치적 함의는 무엇인가.
우선은 가장 빈곤한 지역을 찾았다는 점에서 한달 전에 행한 '시바이포(西栢坡) 강화' 정신을 솔선수범한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시바이포 강화'에서 그는 당원들에게 4가지를 당부했는데 그 중 두번째가 '인민 속으로' 들어가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깊이 들어가라(深入)'고 주문했다.
후진타오는 "각급 영도(領導) 간부는 기층(基層)인민과 군중 속으로 깊숙히 들어가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생산활동과 생활이 극히 곤란한 군중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곤지구, 어려운 기업을 찾아가고 샤캉(下崗) 직공과 농촌 빈곤 주민, 그리고 도시빈민 등과 만나 그들의 실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고 당부했다.
최고 지도자가 천막 안에서 주름 투성이 주민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장면은 '시바이포 강화' 정신의 구현이 아닐 수 없다.
소수민족에 대한 관심 표명
다른 측면은 그동안 소외되어 왔던 소수민족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선언의 효과를 노렸다고 보인다.
개혁 개방 이후 소수민족에 대한 중앙 정부의 자세는 1989년을 경계로 크게 상반된다. 1989년 이전이 '포용과 배려'라면 1989년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경계와 홀대'로 요약할 수 있다.
1980년 2월 총서기에 선출된 후야오방(胡耀邦)은 그해 5월22일 완리(萬里) 부총리와 함께 시장(西藏) 자치구, 즉 티베트를 방문했다. 공산 정권 성립 이후 최고위 지도자의 첫 티베트 방문이었다.
후야오방의 티베트 방문은 문화대혁명의 상처 치유의 일환이었다. 문화대혁명은 소수민족들에게는 더 큰 재앙의 시기였다. 특히 티베트의 피해는 참혹했다.
1959년 달라이 라마가 망명할 때 6,259개의 사찰이 있었는데 1979년 당시에는 겨우 8좌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폐허가 되었다. 59만명의 승려 가운데 11만명이 박해받아 죽고 25만은 강제로 환속되었다.
파괴와 박해 대부분은 바로 10년간에 걸친 문화대혁명 기간중에 이루어졌다.
후야오방의 티베트 방문은 새로 성립된 신지도부가 문화대혁명 기간중 소수민족에 대해 가한 탄압을 반성함과 아울러 마오쩌둥(毛澤東)시절의 '대한족주의(大漢族主義)를 더 이상 추구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 행보였다.
티베트는 후야오방의 방문 이후 왕뤄왕(王若望)이 표현한 것처럼 '황금시절'을 맞았다.
후야오방은 티베트에 파견되었던 한족 관료 80%를 철수시켰다. 그리고 티베트 족 간부에게 한 지역을 책임지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다. 일종의 자치정책이었다
1981년에는 對티베트 5개조 화해방침을 밝히고 달라이 라마의 귀환을 요청하기도 했다.
5개조는 망명 이전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에서 누렸던 정치, 경제적 특권을 인정하겠다는 내용이었으나 달라이 라마가 베이징(北京)에 주로 머무르면서 정기적으로 티베트를 방문하는 조건으로 인해 달라이 라마의 귀환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달라이 라마측과 중국과의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만큼은 마련했다. 달라이 라마는 1982년 후야오방이 총서기에 다시 선출되었을 때 축하전문을 보내기까지 했다.
후야오방은 티베트 방문 직후 서기를 런룽(任榮)에서 인민해방군 지휘관으로 티베트에 오랫동안 근무, 티베트어와 현지 사정에 정통한 인파탕(陰法唐)으로 교체하였다.
그러나 인파탕 역시 자신의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자 1984년 쓰촨(四川)성 몐닝(冕寧) 의 소수민족 이족(彛族) 출신의 우징화(伍精華)를 새로 임명하였다.
우징화는 공산당 유격대원 출신으로 당시 국가민족사무위원회 제1부주임으로 있던 인물이었다. 중앙에서 소수민족 업무를 담당하던 그는 권력이양, 경제원조, 종교 자유화 확대 등 민족 자치 정책을 충실히 수행, 티베트인들로부터 '라마(Lama)서기'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소수민족들에 대한 이러한 정책은 티베트에만 적용된 것은 아니었다. 티베트인들뿐 아니라 모든 소수민족들에게도 후야오방의 집권 기간은 '황금시절'이었다.
그러나 1987년 1월 후야오방이 실각하면서 이러한 '황금시절'은 종식을 고하게 되었다. 불안을 느낀 티베트인들은 동요했고 시위가 빈발하기 시작했다.
1989년 초 후진타오가 시장 자치구의 신임 서기로 부임할 때 그는 414명의 한족 간부들을 대동했다. 14개 성-시와 3개 중앙 부서에서 선발한 인원이었다. 결국 이러한 중앙정부의 조치는 후야오방 노선을 뒤엎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이해 3월 7일 티베트인들의 대규모 독립 시위로 이어졌다.
후진타오는 후야오방이 발탁하고 키운 인물이었지만 티베트인들의 독립 시위를 단호하게 진압하였다.
이후의 중앙정부의 소수민족 정책은 자치 위주에서 동화정책 강화로 변화하였다. 한족들의 이민을 장려, 소수민족을 소수민족 주 거주지역에서조차 '소수'의 위치로 내몰았다.
신장 위구르 지역의 경우 1949년 위구르족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90%였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45~50%로 떨어졌다.
물론 이는 1949년 이래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이주민 정책 때문이지만 1989년 이후 이러한 경향은 심화하였다.
한족 이민의 증대에 따른 정체성 위기는 이들 소수민족을 자극하고 테러리즘에 의존한 분리, 독립 운동을 격화시켰다. 이는 또 중앙 정부의 탄압 강화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을 야기시켰다.
1990~2001년 위구르 분리주의 세력에 의한 테러사건은 200건에 달해 162명의 사망자와 440명 이상의 부상자를 발생하게 했다.
분리주의 운동을 격화시키는 다른 요인으로는 한족과 소수민족간 경제적 격차가 또한 지적된다.
1992년 남순강화 이후 동부 연해 지역의 경제개발에 모든 국가적 에너지가 집중됨으로 인해 동부 지역과 소수민족이 많이 거주하는 서부지역의 소득 격차는 날로 벌어졌다.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은 '발전한 동부 연해지역'과 '낙후한 서부지역'이라는 지역 격차를 야기함과 아울러 '부유한 한족'과 '가난한 소수민족'이라는 민족간 빈부격차도 함께 초래했다.
중앙정부가 서부 대개발 사업을 국책 사업으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지역격차, 민족간 빈부격차의 심화를 방치할 경우 국가 분열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상황인식도 큰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후야오방 노선의 부활을 선언
후진타오가 신년 초 몽골의 초원 지대를 찾은 것은 후야오방이 총서기에 선출된 지 3개월 뒤 티베트를 시찰했던 것처럼 소수민족에 대한 정책 전환을 예고하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후진타오가 네이멍구 방문을 통해 '점정'한 두 번째의 눈은 소수민족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쏟았던 후야오방을 지향하고 있는 셈이다.
'시바이포 강화'와 '네이멍구 방문'을 통해 후진타오는 자신의 집권 기간 정치적 사표가 마오쩌둥과 후야오방임을 은연중 드러냈다.
마오는 덩샤오핑에 의해 '박제'되었고 후야오방은 1987년 이후 최고 지도부에 의해 '외면'되어 왔다.
후진타오는 그 두 지도자를 '부활'시킴으로써 전임자인 장쩌민과 그 자신을 뚜렷이 구별하고 있다. 이미지 차별화가 초점이 아니다.그는 덩샤오핑 집권 이래 누적된 모순을 극복하기위해 이 두 지도자의 부활을 선택한 것이다. <차이나워처 ·계속>
▶[胡錦濤시대] 화호점정(畵胡點睛)(3·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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