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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인도 - 龍虎相搏에서 吳越同舟로(1)
중국과 인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6월 말 중국을 방문한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Atal Behari Bajpayee) 인도 총리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을 때 이 것이 1개월 사이 3번째의 대면이었다는 사실은 두 아시아 대국의 밀월을 상징한다.
바지파이 총리는 6월 22일 경제인만도 60명인 대규모 수행원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다. 인도총리로서는 1993년 9월 나라시마 라오 총리가 방문한 이래 10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찾은 것이다.
중국의 환대는 각별했다. 방문 1주일 전부터 중국 언론 매체는 인도의 문화와 풍습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냈고 인민일보와 신화통신은 특파원을 인도 현지로 파견, 방중을 앞둔 바지파이 총리와 인터뷰를 하게 했다.
방중기간 바지파이는 카운터 파트인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후진타오 주석 외에도 권력 서열 2위인 우방궈 (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 실세 2인자 쩡칭훙(曾慶紅) 국가부주석과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을 만났다.
중국이 바지파이를 접대한 수준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들의 정상을 맞는 것과 같은 급이었다고 한다.
인도 티베트 중국영토 일부 인정
방문의 성과도 양국이 만족할만한 것이었다. 우선 인도는 바지파이 총리와 원자바오 총리가 23일 서명한 「중인(中印)관계원칙과 전면합작선언」에서 시장(西藏) 자치구(티베트)가 중국 영토의 일부임을 처음으로 명확하게 인정했다.
1988년 라지브 간디 총리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에 이미 티베트가 중국의 영토임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지만 문서를 통해 이를 인정한 것은 보다 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중국측 입장에서는 우선 인도 북부 다람살라 시의 티베트 망명정부의 활동의 제약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최근 티베트 망명 정부 측과 재개한 달라이 라마의 귀환 협상에서도 한결 우월한 입장에 설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 중국의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정상회담 이틀 뒤인 6월 25일 인도가 인도내 반 중국 활동의 금지를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그 대가로 인도는 1970년대 강제 합병한 티베트에 인접한 히말라야의 소국 시킴(Skkim)왕국에 대한 실효 지배를 암묵적으로 인정받았다. 인도는 1975년 인도로의 편입을 지지하는 주민 투표 결과를 근거로 병합을 합리화했으나 중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국경선을 봉쇄, 분쟁의 불씨가 되어왔다.
중국은 '선언'에서 시킴에 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으나 시킴 병합 이후 폐쇄했던 국경을 개방하는 방식을 통해 인도의 실효지배를 사실상 인정했다.
야시완트 신하(Yashwant Sinha) 인도 외무장관은 24일 “중국의 티베트와 인도 시킴을 연결하는 양국간 국경 개방 합의로 양국 간 새 협력의 이정표가 세워졌다”고 밝혔다. 중국의 이런 자세에 힘입어 바지파이 총리는 귀국 후 중국이 곧 시킴을 인도 영토의 일부를 명시적으로 인정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힐 수 있었던 것이다.
다이빙궈 부부장 中印 국경회담 대표
1962년 무장 충돌을 불러일으켰으며 1980년대이래 15차례의 회담을 통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던 국경분쟁도 이번 바지파이의 방중을 계기로 돌파구가 마련됐다.
중국과 인도 사이에는 3,500 km의 국경선이 가로 놓여있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동부 히말라야 산정의 약 885km에 달하는 소위 '맥마흔 라인(McMahon Line)'이다.
인도와 티베트 사이를 가로지르는 이 선은 1914년 3월 인도정청 외무장관 A.H. 맥마흔과 중국, 티베트 대표간에 체결된 시믈라 조약에 의해 정해졌다. 실제 측량이 아닌 분수령을 기준으로 그어진 이 선을 인도는 그대로 양국 국경선으로 하자는 것이나 중국은 이에 반대해왔다.
제국주의 시절 영국이 힘을 방패로 제멋대로 그었다는 이유에서이다. 중국은 대신 영국 침략 이전의 전통적인 경계선을 국경선으로 하자는 주장을 해오고 있다.
바지파이 총리는 귀국 기자회견에서 국경분쟁을 끝내기 위한 대화가 곧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국경협상은 결정권이 없는 실무관리들 간의 대화에 그쳤다고 지적하고 다시 시작되는 회담의 목표는 "분쟁을 끝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확실히 새 양측 대표는 힘있는 대표이다. 중국에서는 외교부장 물망에 올랐던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부부장이, 인도에서는 브라제시 미스라 국가안전국 고문이 임명됐다.
또한 연내에 양국 해군 간의 합동 훈련도 합의됐다. '사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게될 이번 합동 훈련에 대해 존 데실바 인도 해군 부사령관은 27일 장소와 일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양국은 사흘동안 수색 및 구조훈련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관해서는 인도측이 적극적이었다. 인도는 말라카 해협에서 해적행위 방지 군사훈련을 하자고까지 제의했지만 중국측이 이미 국경 경비함이 실시하고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국과 인도 간에는 바지파이 방중 기간 합작선언과 함께 과학기술, 교역 및 교육 분야의 협력 증진에 관한 협정, 비자완화 협정, 수자원 개발에 초점을 맞춘 사회간접자본 개발 협정 등 9개 분야의 협정이 체결되었다.
양국 정상은 이러한 활발한 다방면의 교류에 걸 맞는 '외교적 덕담'도 나누었다.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바지파이 총리의 방중에 앞서 인도 언론과 가진 회견에서 중국은 결코 패권국가를 지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바지파이와의 회담에서는 인도의 발전이 중국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화답하여 바지파이 총리는 중국은 제조업이 강하고 인도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했기 때문에 양국은 서로 보완적인 관계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제로섬 아닌 포지티브섬 관계라는 것이다.
그는 또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경제발전 속도가 가장 빠른 중국과 인도가 협력해 행동한다면 세계는 우리를 홀대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은 13억에 가까운 인구(2002년 현재 12억 8,453만 명)로 세계 제1위의 인구 대국이다. 2000년 10억을 돌파한 2위의 인구대국 인도는 21세기 중반에는 중국을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두 국가의 인구를 합하면 61억 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훨씬 넘는다.
세계 4대 문명 발상지로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이 두 인구대국은 2차 대전 이후 신생 국가로 새롭게 세계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협력보다는 대립의 길을 걸어왔다.
한 차례의 국경충돌과 중국의 핵 보유에 자극 받아 인도가 핵 개발에 나선 것 등 그동안의 양국 관계는 용호상박(龍虎相搏)이라는 표현에 딱 들어맞는다. 용과 호랑이는 공교롭게도 양국을 상징하는 동물이다(인도는 국가 상징동물을 코끼리가 아닌 호랑이로 정했다).
그런데 중국을 방문한 바지파이가 "양국이 협력하면......"이라는 말을 던짐으로써 중국과 인도가 '용호상박'에서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사이로 바뀌었음을 세계인들에게 공언한 것이다. <차이나워처> <계속>
▶중국과 인도-龍虎相搏에서 吳越同舟로 (2) 2003/07/18 17:38
▶중국과 인도-龍虎相搏에서 吳越同舟로 (3 · 끝) 2003/08/0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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