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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인도-龍虎相搏에서 吳越同舟로 (3 · 끝)
▶중국과 인도 - 龍虎相搏에서 吳越同舟로(1) 2003/07/03 14:31
▶중국과 인도-龍虎相搏에서 吳越同舟로 (2) 2003/07/18 17:38
2003년 4월 20일 인도의 조지 페르난데스(George Fernandes) 국방장관이 중국을 방문했다. 당시 이 방문을 주목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아니 눈여겨 볼 여유가 없었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이 날은 바로 중국 정부가 사스(SARS · 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에 관한 진실을 ‘고백’한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 중국 위생부는 베이징(北京)의 사스 감염자가 339명이라고 밝혔다. 바로 하루 전까지도 베이징의 사스 감염자는 40명뿐이라며 걱정할 것이 없다고 강변했었다.
그런데 하루 밤 사이에 무려 8배 이상으로 감염자 수가 늘어난 것이다. 국제여론의 압력에 밀려 이루어진 이 ‘자백’은 이미 일기 시작한 ‘사스 패닉’ 현상에 기름을 끼얹었다. 중국은 물론 전 세계가 사스 공포에 휩싸였다.
이런 어수선한 와중에서 방중한 페르난데스에 대한 중국 측의 예우는 각별했다. 무엇보다도 상하이(上海)에 머무르고 있던- 비판자들은 이를 ‘피신’으로 간주했다- 장쩌민(江澤民)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외국 방문객에 대한 최고 예우는 텍사스의 자신의 크로포드 목장으로 초청하는 것이다. 푸틴, 장쩌민, 블레어, 고이즈미 등이 이러한 ‘환대’를 받은 외국 지도자들이다.
러시아, 중국과 같은 미국이 무시할 수 없는 강대국의 지도자이거나 영국과 일본처럼 미국의 대외정책에 적극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는 우방국의 지도자라야만이 크로포드 목장을 구경할 수 있었다.
시라크, 쉬뢰더와 같이 미국의 정책에 노골적인 반기를 든 선진국 지도자들과 노무현 대통령 등 군소 국가의 지도자들은 목장의 바베큐 요리를 맛보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
후진타오가 올해 3월 장쩌민으로부터 국가주석을 물려받은 뒤 중국 외교 의전에 있어 ‘크로포드 목장’은 바로 장쩌민과의 면담이었다.
바지파이 인도 총리와 블레어 영국 총리는 장쩌민과 만났지만 그 사이에 방중한 노무현 대통령의 면담 요청은 정중히 거절되었다. 노 대통령보다 일주일 앞서 방중한 프랑스 국방장관과 장쩌민과의 면담이 이루어진 사실을 미루어 볼 때 중국의 새로운 지도부가 ‘장쩌민 면담’을 ‘크로포드 목장 초대’로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페르난데스 인도 국방장관은 여러모로 리처드 닉슨 전 미 대통령을 연상시킨다. 중국과의 극적 화해를 성사시킨 닉슨이 1950년대 강력한 반공주의자였던 것처럼 페르난데스는 인도 내의 대표적인 대중(對中) 강경파였다.
1998년 5월 핵실험을 감행한 뒤 “중국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으며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애써 자제하는 다른 인도 정치인들과는 달리 기회 있을 때마다 중국을 비난했다. 파키스탄에 미사일 부품을 제공했다거나 히말라야 산맥 주변에 군사력을 강화한다는 이유를 들곤 했다.
그는 한 TV 인터뷰에서 중국을 “인도의 잠재적인 제1의 위협”이라고 말해 중국 측의 공식적인 항의를 받기까지 했다. 일련의 지하 핵실험을 단행, 세계를 놀라게 하기 바로 한 달 전인 1998년 4월의 일이다.
닉슨이 중국을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정식 국호로 지칭, ‘키신저의 비밀 방문’을 예고했던 것처럼 바지파이 인도 총리는 2002년 말 중국에 대해 우호적인 발언을 함으로써 다음해 이루어질 대(對) 중국 외교 행보를 암시했다.
그는 인도와 중국은 “건강한 경쟁관계”라고 말했다. ‘제1의 위협’에서 ‘경쟁관계’로 그것도 ‘건강한’이라는 우호적인 수식어가 붙은 것이다. ‘코페르니쿠스 적 인식 전환’이 아닐 수 없다.
이 인식전환을 구체화하는 행동이 숨 가쁘게 잇달았다. 2003년 3월에는 중국과 인도 뉴델리 간의 직항이 개시됐다. 그리고 그 다음 달에 인도의 대표적인 ‘중국 위협론자’가 중국을 찾았다. 그 것도 사스가 번지는 뒤숭숭한 와중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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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데스의 방중은 중국과 인도 관계의 분기점이었다. 인도가 사스 퇴치 의약품을 전달했는가 하면 5월 30일 발간된 인도의 국방보고서에서 ‘중국 위협론’ 은 희석이 되었다. 그리고 바지파이 총리의 중국 방문이 이루어졌다.
인도가 이처럼 극적으로 자세를 전환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날이 갈수록 확대되는 경제교류를 지적한다. 중국과 인도의 2002년 교역액은 50억 달러이다. 1990년대 초 2억 달러였던 것이 비해 25배가 증가한 것이며 최근 몇 년 사이의 교역 증가 추세로 볼 때 몇 년 안에 100억 달러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들어 4월까지의 교역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2배나 증가했다.
현재 중국과의 교역에서 역조를 보이고 있으나 인도의 기업가들은 오히려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중국의 빠른 경제 성장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도는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비교 우위를 갖고 있어 제조업이 우위인 중국과는 상호 경쟁적이 아닌 보완적 관계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인도의 선회는 국제 전략적 판단이 더 큰 요인이 되었다. 우선 인도는 ‘중국카드’로 미국을 압박하려 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이래 인도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옅어졌다. 또한 9 ·11테러 이후 미국과 파키스탄과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인도의 안보적 우려는 높아졌다.
캐쉬미르 문제를 둘러싼 인도와 파키스탄의 갈등은 핵전쟁을 우려할 만큼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미국이 팔짱을 낀 채로 있는 상황에서 인도가 스스로 규정한 대로 중국을 ‘제1의 위협’으로 ‘방치’한다면 인도는 머리와 옆구리 양쪽으로 ‘적’과 대면하는 셈이다.
과거에는 소련이 중국과 파키스탄을 견제함으로써 인도의 안보적 우려감을 덜어 주었다. 하지만 미국은 소련의 역할을 하는 것은 고사하고 파키스탄과의 전통적 유대를 회복함으로써 인도로 하여금 3면 포위의 위기감 마저 갖게 만들었다.
결국 냉전 시기 미국이 중국에 접근했던 것과 마찬가지 논리로 인도는 중국에 접근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중국에 접근, 자신의 전략적 가치를 높임으로써 인도는 단기적으로 미국으로부터 경제원조를 더 얻어내거나 무기수출 분야에서 미국의 양보를 바라는 것이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냉전시기 소련의 역할을 기대한다.
물론 미국과의 협상에서 소득을 얻지 못하더라도 북방의 강국인 중국과의 관계개선으로 인도가 얻는 바는 크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확대될 경우, 자국이 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되어야 한다고 보는 인도는 중국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정부예산의 27%에 달하는 국방예산을 어느 정도 줄여 경제분야로 돌릴 수 있다. 또한 인도 경제에 치명적 타격이 될 수 있는 중국의 수출중단이라는 우려를 덜 수 도 있다.
키신저, 닉슨의 잇단 방중으로 미소 양극 체제가 미-중-소 3각 관계로 전환된 것처럼 페르난데스, 바지파이의 방중은 그와 유사한 구조의 미-중-인 3각 관계를 불러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차이나워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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