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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정] 鄭成功과 그리고 고구려 (4 · 끝)
▶[동북공정] 鄭成功, 그리고 고구려(1) 2004/01/06 01:42
▶[동북공정] 鄭成功 그리고 고구려(2) 2004/01/16 23:27
▶[동북공정] 鄭成功 그리고 고구려 (3) 2004/01/30 13:26
조심하고 조심하여 공력을 다해 살면서
책 속에 담긴 성현의 말씀 저버리지 않았네
삼십 년 긴 세월 고난 속에 쌓아 놓은 사업
송현방 정자 한 잔 술에 그만 허사가 되었네
操存省察兩加功
不負聖賢黃卷中
三十年來勤苦業
松亭一醉竟成空
1398년(조선 태조7년) 8월 26일 새벽, 훗날 태종이 되는 이방원(李芳遠)의 기습을 받아 참수되기 전 정도전(鄭道傳)이 읊었다는 자조(自嘲)라는 절명시(絶命詩)이다.
정도전의 죽음은 그의 시귀처럼 그의 공업 모두를 허사로 만들지 않았다. 그의 최대 정적이었던 이방원이 그의 최고의 수제자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방원은 정도전이 마련한 조선의 설계도면에 충실히 따랐다. 사병혁파, 배불숭유 정책 등은 태종에 의해 완성되었다.
그러나 정도전은 시제(詩題)처럼 ‘자조’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가 정력적으로 추진했던 요동정벌계획이 그의 죽음으로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방원의 거사는 중국 대륙에서 새롭게 일어난 명나라와 한반도에서 새로 건국된 조선과의 수년 간에 걸친 외교분쟁의 종식을 가져왔다. 분쟁의 '화원(禍源)'이 바로 정도전이었기 때문이었다,
명의 태조 주원장(朱元璋)은 1396년(태조5년)부터 정도전의 압송을 끈질기게 요구함으로써 양국간의 외교적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주원장은 정도전이 죽기 바로 2개월 전 사망했지만 정도전이 있는 한 양국간 대립은 해소될 수 없었다.
명나라가 문제 삼은 것은 조선에서 보낸 외교문서인 표전문(表箋文)으로 그 내용이 경박희모(輕薄戱侮)하다며 이를 작성한 정도전과 정탁(鄭擢)이 명나라로 직접 와서 해명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표전문은 대사성 정탁이 짓고 정총(鄭摠)과 권근(權近)이 교정한 것으로 정도전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었다. 따라서 표전문은 단지 구실일 뿐이었다.
명나라는 정도전이 요동(遼東)정벌 계획을 추진하고 있음을 탐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거세를 위해 외교문서를 트집 잡았던 것이다. 정도전이 명으로서는 뜻밖에도 내부 권력투쟁 과정에서 제거됨으로써 그가 추진하던 요동정벌 계획은 좌절되고 조선과 명 사이의 긴장관계도 해소되었다.
정도전의 이 갑작스런 역사무대 퇴장은 한반도 대륙정책의 역사적 분기점이었다. 고려 태조 왕건 이래 허다한 역풍속에서도 줄곧 견지돼온 북진정책의 소멸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정도전이 조선을 건국한 주역이고 조선의 국정 방향 거의 전부를 설계한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왕건의 북진 정책만큼은 계승하려 했다. 이런 의미에서 그 역시 고려 신하였다.
위화도 회군은 정도전에게 있어서 내부 개혁을 우선하려는 일시적인 전술적 후퇴였다. 전략적 전환이 아니었던 것이다.
고려 475년간 고려 북진정책의 상대는 북방민족이었지 한족이 아니었다. 따라서 몽골의 원이 초원지대로 쫓겨가고 다른 북방민족이 구심점을 찾지 못하는 요동의 상황은 정도전에게 고구려의 고토를 수복, 고려조가 달성하지 못한 북진정책을 성공시킬 절호의 기회였다.
요나라 소손녕에게 너희 나라의 수도도 우리의 영토라고 일갈했던 서희처럼 정도전은 요동에 대한 명의 지배권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반면 요동을 장악하지 못한 송(宋)의 운명을 잘 알고 있었던 주원장에게 요동의 지배권 확보는 명의 장기적 안정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명나라가 고려 말 철령 이북 지역을 원나라처럼 직할하겠다고 통보했던 것은 요동을 확고히 장악하기 위한 선제수였다.
이러한 공세적이며 고압적 접근은 최영에 의한 요동정벌 감행이라는 역풍을 맞았으나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으로 충돌이 벌어지는 사태는 피했다.
명은 이후 슬그머니 철령위 설치 방침을 거두었다. 하지만 주원장은 요동을 노리는 정도전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주원장은 죽을 때까지 집요하게 정도전의 압송을 요구했다. 죽여 없애겠다는 심산이었다.
진시황 이래 가장 독재적인 군주였던 주원장은 표전문 작성 경위를 설명하기 위해 명에 와 있던 정총 등 조선의 사신 3명을 참수하는 외교적 만행까지 저질렀다.
명에 사실상 억류 중이던 이들 사신들이 자신의 지시를 어기고 태조 이성계의 부인 강비(康妃)의 상을 당하여 상복을 입었다는 이유에서였다. 명은 조선의 인내심을 시험했던 것이다.
조선과 명간의 일촉즉발의 대립이 해소된 것은 양국 대립의 핵인 주원장과 정도전이 두 달 간격으로 모두 사망한 데다 이방원이 발빠르게 대륙정책을 전환했기 때문이었다.
태종 이방원은 표전문 사건이 벌어지기 이전 사신으로 명을 방문, 주원장과도 직접 만난 적이 있었다. 명의 우려를 잘 알고 있는 태종은 집권이후 고려의 북진정책과 완전 결별하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명을 안심시켰다.
요동정벌 계획을 백지화하였는가 하면 명의 사신을 접대하기 위한 모화관(慕華館)을 세웠으며 원 치하 때와 마찬가지로 명의 요구대로 한동안 공녀를 보내기까지 했다.
고려와 또 정도전과도 뚜렷하게 구별 되는 태종의 이 ‘저자세’ 대륙정책은 조선 후기 효종 조에 북벌정책으로 잠시 변화하기도 하였으나 조선 멸망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견지되었다.
사대주의 정책으로 폄하되기도 한 조선의 대륙 정책은 고구려의 고토인 요동을 잃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상당히 실리적인 정책이었다.
태종의 뒤를 이은 세종은 4군과 6진을 개척함으로써 한민족(韓民族)의 주권 영역을 압록강과 두만강까지 확대시켰다. 이러한 영토의 확대는 북진정책을 추진한 고려가 475년 동안 실현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 것이 가능했던 것은 요동에 대한 명의 통제권을 인정함으로써 명의 경계심을 해소시켰기 때문이었다. 또한 명은 요동마저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조선의 북방개척을 간섭할 처지도 못돼었다.
따라서 태종-세종대에 확립된 조선의 대륙정책이 고구려 멸망 이후 우리 역사상 가장 실리적인 대륙정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대륙과의 충돌을 피하면서 영토적 실리는 거두었기 때문이었다.
조선의 대륙정책은 고려의 공세적인 북진정책과 통일신라의 수세적인 정책의 중용을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려의 북진정책은 그 속성상 대륙 정세와 연계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방민족의 잦은 침입을 초래했다. 한족과 요동지역의 패권을 놓고 자웅을 겨루었던 고구려가 끝내 멸망한 것과 마찬가지로 북진 정책을 취했던 고려는 여러차례 북방민족의 침입을 받을 끝에 마침내는 몽골의 부마국이 되는 민족적 수모를 한동안 감수해야 했다.
고려와 정반대의 대륙정책은 통일신라의 대륙정책이었다. 통일신라는 당나라와 획정한 원산만에서 대동강에 이르는 경계선 이북으로의 진출을 시도하지 않았다. 외침이 없어 평화가 유지되고 경제적으로 번영했으나 한민족의 터전인 한반도 북반부와 요동일대를 방치하는 결과를 빚었다.
신라가 방치했음에도 불구 한반도 북부는 물론 만주지역 일대에 대한 통제권 유지는 당나라의 능력 밖이었다. 결국 고구려 영역에서 고구려 유민에 의해 발해가 들어섰다.
엄밀하게 따지면 통일신라 시기는 고구려가 멸망된 668년부터 발해가 건국된 699년까지 31년간에 불과하며 후삼국 분열 때까지 2국 시대 혹은 남북조 시대가 전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결국 달구벌로의 천도마저 포기할 정도로 지극히 수세적인 대륙정책을 폈던 신라는 한반도 통치의 주도권을 한반도 중부지역에 세력기반을 둔 신흥세력에게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현재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이중적이다. 국민들의 일반적 정서는 북진정책을 취하던 고려와 중국과 요동의 패권을 다투었던 고구려에 닿아 있다.
하지만 현재 지도층이 취하고 있는 태도는 통일 신라가 취했던 노선을 연상시킨다. 특히 대전천도론은 대한민국의 중심을 한반도 중심에서 남한의 가운데로 옮긴다는 이야기로 만일 이러한 구상이 실천된다면 이는 통일 신라 시기 달구벌 천도포기와 등가의 역사적 의미를 가질 것이다.
그리고 그 것은 유사시 대한민국이 통일 주도권을 상실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붕괴하더라도 그 것이 남북통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신라-발해의 재현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우려이다.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시도는 순수 학술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을 합리화할 역사 이데올로기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일제의 광개토대왕비의 변조와 임나일본부설이 한반도 침략과 연계되고 또 만선사관(滿鮮史觀)이 만주침략과 연계된 것처럼 동북공정은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의 방향을 미리 시사하는 지표이다.
우리도 학술적 논쟁은 논쟁대로 하되 역사에 기반한 미래의 대륙정책을 마련해야 할 시기다.
이상(理想)은 고구려와 고려를 쫓고 현실은 신라에 안주해 있는 상황에서 사대주의 노선이라는 이름아래 외면당해 온 조선조 태종-세종의 현실적 대륙정책을 필자가 호의적으로 바라 본 이유는 현실과 이상의 조화를 기대하는 마음에서이다. <차이나워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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