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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틴 타임 펜스 타임
메이저 리그에 '터너 타임'이 있다면 국제 외교무대에는 '푸틴 타임'이 있다. 그러나 회수(淮水)수를 넘으면 강남의 귤도 탱자가 되듯이 11일 파리에서 '푸틴 타임'은 갑중갑의 위세를 과시했지만 일주일 뒤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에서는 푸틴 자신이 '푸틴 타임'의 부메랑을 맞았다. 그것도 연달아서 말이다.
※ 로고는 2003년 중국 허난성에서 발견된 눈(目) 모양의 글자로 지금까지 발견된 문자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관련기사 보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파푸아뉴기니에서 개최한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비공식 정상회의에 맞추어 열린 한러 정상회담 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약 5분 정도 기다려야만 했다고 한다.
불과 1주일 전 파리에서 있은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 행사장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그리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등 1차대전 참전국 정상들을 30분간 기다리게 한 그였다.
'슈퍼 갑 마초'이자 '현대의 차르'로 불리는 푸틴은 백악관에서는 '대한미국 대통령'으로 평양 5.1 운동 경기장에서는 '남쪽 대통령'으로 밖에만 나가면 '과공(過恭) 끝판왕'이 되는 문재인이 전혀 다른 의전 자세에도 불구하고 그를 아주 반갑게 맞이하였다고 한다.
청와대 대변인은 양국 정상의 대화는 화기애애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한급 낮은 차관급 카운터파트로부터 3분 정도 늦은 것을 가지고 '질책성 핀잔'을 당하고도 감수해야만 하던 기억이 생생하였기에 '휴"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물론 회담은 외화내빈이었다.
분위기는 좋았는지 몰랐으나 ' 선 대북제재 완화' 에 대해서는 외교적 수사의 거듬도 없었다. 어쨌든.
푸틴은 바로 뒤이은 러일 정상 회담에서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각을 견뎌내야 했다.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징용자 배상 판결로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빠져 아베가 문을 ;열외 대접'이라는 전략적 방치를 취하는 상황에서도 한일 콤비 블로우의 부메랑을 맞은 것이다.
앞서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회의에서 이루어진 문재인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간 한미 양국 회담에서 펜스 부통령은 1시간 가깝게 지각했다.
의도적인 것이 분명한 펜스의 지각에 문재인 대통령은 외교적 불쾌감의 표현으로 짐작되는 처신을 하였다. 잠시 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각 시간이 무려 50분 정도였다고 한다.
문-펜스 회담 시간은 29분으로 30분도 넘지 않았다.
이 회담은 한마디로 'FFVD 전까지는 대북제재 견지 확인'이다. 아세안 회의 공동성명에서는 FFVD가 삽입되었다.
파리에서 슈퍼갑은 남태평양에서는 을이하의 병의 신세가 됐다.
이는 북한 문제와 아시아 문제와 관련해서는 러시아의 초라한 위상을 반영한다.
'지각 지수'로 따지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수퍼갑은 여전히 미국이다.
APEC 정상회의는 올해 1993년 첫 개최 이후 처음으로 공동성명을 내놓지 못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 '시황디' 체면은 구겨졌다.
트럼프를 만나기도 전에 미국 부통령과 벤치 클리어링을 한 뒤 노게임이 되었으니 말이다.
중국 외교관들은 의장국 파푸아뉴기니 외무장관의 집무실을 경비원의 제지를 제치고 들이닥치기까지 하였다고 한다. 공동성명 초안의 중국을 겨냥한 문구를 삭제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공동성명 초안에 "우리는 모든 불공정한 무역관행 등을 포함한 보호무역주의와 싸우는 데 동의했다(We agreed to fight protectionism including all unfair trade practices)"는 표현이 문제됐다.
중국은 '불공정한 무역관행'이 자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이를 공동성명에서 빼라고 주장했지만 나머지 20개 참가국이 이를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보호무역주의'란 표현을 통해 미국을, '불공정한 무역 관행'이란 용어를 통해 중국을 함께 지적하자는 취지인데 미국은 동의했으나 중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중국의 으름장에 공공성명은 강제 유산됐다.
이는 조선 말기 1884년 갑신정변 후 이를 제압하여 기세등등하던 청나라 장수 위안스카이가 조선의 지배자인양 갑질하던 행태를 떠올리게 한다. 'Not Now'의 상황이 이럴진데 더욱 강해진 중국이 어떤 '갑질'을 부릴지는 '안 봐도 비디오'이다.
'시황디의 시황디를 위한 시황디에 의한 갑질'의 카운터파트는 트럼프가 아닌 펜스였다. 펜스의 갑질은 '펜스 타임'으로 확실하게 보여줬다.
따라서 '푸틴 타임'은 오명의 왕자를 '펜스 타임'에 내주어야 하겠다.
<스위프트-버크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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