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리스 창의 삶과 죽음
“그녀는 역사의 각주(脚註)에 묻혀 있던 '난징(南京)대학살‘을 세계인들에게 생생하게 드러내 보였다.”
 ‘난징대학살(The Rape of Nanking)'의 저자 아이리스 창(Iris Chang,사진)에 대한 한 중화권 언론인의 만사(輓詞)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은 화교로 중국명이 장춘루(張純如)인 그녀는 지난 10일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카운티 로스 가토스 남쪽 17번 도로변의 자신의 차 안에서 머리에 총을 쏴 숨진 채로 발견됐다. 차가 8일 오전부터 주차되어 있던 것으로 보아 그 이전에 자살을 결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프기 이전의 모습으로 기억해 달라”라는 가족들에게 남긴 메모와 그녀가 최근 신경쇠약 증세로 입원한 적이 있고 또 퇴원 뒤에도 우울증에 시달려 온 사실에 비추어 경찰은 그녀가 신병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녀의 죽음은 그녀를 알고 있던 많은 사람들에게 갑작스럽고 충격적이었다.
29살이던 1997년 출간한 2번 째 저서 ‘난징 대학살’이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획득한 그녀는 최근까지 2차대전 중 필리핀에서 일본군인들과 싸운 미국 군인들에 대한 4번 째 책을 쓰기위해 자료조사와 연구를 하던 중이었다.
친구들에게 ‘펜 끝으로 일본과 맞서는’ 용기 있고 자의식이 강한 인물로 비쳐졌던 그녀는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도 미국정부를 비판하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2003년 여름 UC 버클리대가 사스(SARS)를 예방한다는 이유로 아시아계 학생들의 하계학교 입학을 거부하자 뉴욕타임스에 미국 사회의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을 맹렬하게 비판하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그녀는 이처럼 ‘철녀(鐵女)’와 ‘투사’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그녀는 ‘난징 대학살’ 출간 이후 일본 우익 세력으로부터 편지와 전화를 통한 지속적인 협박을 받아왔고 이에 대해 극히 예민하게 반응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난징대학살’ 작가 日우익 협박에 시달렸다. 2004/11/15 23:07
그녀는 전화번호를 수시로 바꾸고 이메일로 주로 연락을 취해왔으며 친한 친구에게 조차 남편과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일체 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그녀가 받은 협박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난징 대학살’을 쓰기위한 자료조사와 인터뷰 과정에서 일본군의 만행을 누구보다도 생생하게 간접 체험한 저자로서는 ‘협박’이 단순한 ‘협박’으로 들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아이리스 창의 ‘난징대학살’은 일본군이 난징에서 저지른 만행의 전말을 단행본의 형태로 폭로한 최초의 영문서적이었다.
생존자 인터뷰와 당시의 각종 자료들을 활용하여 쓰여진 이 책은 1997년 말 출간된 이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명단에 연속 14주간 올랐을 정도로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사진은 '난징대학살'을 출간한 직후인 1998년 초 아이리스 창의 근영과 책 표지이다. 1998년의 근영은 후에 찍은 사진과는달리 투사적 이미지가 강하게 엿보인다.)
일본인들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내고 싶었던, 그리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던 ‘난징 대학살’의 진상이 세계인들 앞에 이처럼 새롭게 부각되자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고 일본 우익들은 ‘아이리스 창의 글을 믿을 수 없다’고 공공연히 반박하기도 했다.
아이리스 창은 1968년 뉴저지 주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조부는 중국에서 대만으로 이주한 저명한 언론인이었고 그녀의 부모는 일찍 미국에 유학, 일리노이 어바나 샴페인 주립대학의 교수로 활동했다.
일리노이 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는 부모가 교수로 있던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고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과학창작 분야의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AP 통신과 시카고 트리뷴 지에서 잠시 기자생활을 했던 그녀는 이후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아이리스 창의 처녀작은 26세이던 1994년에 펴낸 ‘실크웜의 실(Thread of the Silkworm)'로 ’중국 미사일의 아버지‘로 불리는 천쉐썬(錢學森)의 일대기였다.
1997년 ’난징대학살‘에 이어 지난해에 ’미국속의 중국인(The Chinese in America)'이라는 세 번째의 책을 내놓았다. 미국에 이민 온 화교들이 겪었던 고난을 기록한 이 책은 결국 그녀의 유작이 되고 말았다.
앞서 3권의 책이 모두 중국과 연관된 것인데 비해 준비하고 있던 4번 째 책은 중국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이다. 그녀가 작품 소재를 확대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일본' 이라는 또 다른 주제를 여전히 붙들고 있었다.
작고한 역사학자 스티븐 앰브로우즈(Stdphen Ambrose)는 생전에 그녀를 두고 “가장 뛰어난 젊은 역사학자”라고 극찬했다. 앰브로우즈는 그녀가 독자를 흡인력 있게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함으로써 역사를 어떻게 전달하여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극찬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녀의 저서에 대한 편집과 재정문제를 단당해왔던 지인은 그녀가 자신의 일과 자신의 작품 그리고 자신의 가족에 헌신하는 생활을 해왔다고 말했다.
아이리스 창은 시스코사 엔지니어인 남편과의 사이에 2살 난 아들을 두었다.
가족들은 ‘아프기 이전의 모습으로 나를 기억해 달라’는 그녀의 유언을 지켜야 할 것이다.
하지만 죽음 이후에야 알려진 그녀의 또 다른 모습을, 그녀를 통해 진실을 알게 된 독자들이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것은 진실을 밝힌 뒤 어둠처럼 다가 온 형체 없는 위협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노심초사했을 연약한 또 고독한 한 여인의 모습이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 때로는 자신과 가족의 안위는 물론 목숨마저 희생을 요구당하는 일이라는 것을 아이리스의 비극적 죽음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아이리스의 창의 ‘난징 대학살’은 1999년 초 한국에서도 번역 소개되었으며 정신대 문제와 연관되어 한국에서도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차이나워처>
▶南京학살 부정 日우익작가 명예훼손訴 열려 2004/11/24 18:41
▶中 ‘난징대학살’ 기념관 확장키로 2004/08/16 14:14
▶[今天歷史-12월 13일] 난징대학살(南京大屠殺)
▶[링크] '난징대학살' 한국판 소개 글(yes24.com)
|
